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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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하던 어느 날의 선물

2020-05-06 (수) 한성도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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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가 잔디위에 맺힌 빗물 때문에 오히려 영롱한 빛을 띠며 아침을 일으키는 이 시각 뉴스를 통해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들려온다.
아직도 ‘stay at home’ 이라는 주지사의 명령이 실시되는 가운데 설마 설마 하며 가슴 졸이며 방콕(집에만 콕 박혀있다는 뜻) 하는 요즈음이다. 마스크와 장갑을 준비해놓고 혹 필요한 약국과 그로서리를 위해 그러나 하루 하루 지루해지려는 시간들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며 카카오톡이나 페이스 북을 통해 정보와 좋은 동영상을 공유하며 지나는 중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생활 가운데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꺼내어 해보려는 갸륵한 노력도 방콕을 하는 요즈음에 일 하나가 되어버린 지금이다. 코로나로 인해 주일을 교회에서 예배 드리지 못하는 대신 유튜브와 TV로 예배하면서 풍요롭고 자유의지를 내 의지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꺾이는 아이러니를 경험하며 보내는 지금이 아니던가.
살아가야 하는 일 때문에 젊은이는 밖으로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의 일상 생활이 일단 정지 상태에 들어간 지금 그래도 나는 칠순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직장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이니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매일 매일 아름다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시간들을 밀어내고 있는 나날이다.
오늘은 4월 29일 수요일 11시경 나는 내가 궁금해하던 믿는 자들의 사랑 실천이 평범하게 목회하는 한 목사의 내 이웃을 향해 행해지는 사건을 통하여 가슴이 훈훈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띵동! 띵동! 도어벨이 울리는 소리에 며느리가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사람은 없고 자그마한 엷은 브라운 색깔의 선물 상자가 놓여있었다. 급하게 자동차 한대가 드라이브 웨이를 빠져 나가며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빠져 나갔다.
단정하게 포장된 선물 박스를 열어보니 그것은 한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는 사랑의 ‘Care package’였다. 그 안에는 정성 들여 골라 담은 간식거리(Health deluxe kit, custard cream pie, nature valley, French pie, lemon candy, Hershey chocolate candy nuggets) 그리고 마스크를 담은 집락 백과 카드가 들어 있었다. 보라색 꽃으로 장식된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You are being remembered today in prayer.” 카드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Before a God who deeply cares about you” 그리고 그 아래에는 손 필체로 “힘 내시라구요,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000목사 000 사모 드림이라 적혀 있었다.
선물 상자를 받고 열면서 조용히 흘러 내리던 눈물은 이제는 손으로도 훔칠 수 없는 양의 눈물로 변해 있었다. 굳이 손수건이 필요없는 가슴 안으로 쌓여있던 나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밖으로 쏟아내는 듯한 잔잔한 안도의 상쾌함이라고나 할까.
선물 상자를 열어 보며 가슴에 울렸던 작은 사랑의 전율이 내 세포 구석 구석에서 다시 일어난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계명, 귀가 따갑도록 주님의 사랑 실천을 듣고 지냈던 이 귀한 말씀을 작은 사랑의 몸짓으로 실천한 어느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의 모습에서 살아 계신 작은 예수님이 이 아침 우리집에 오셨음을 경험했다.
귀한 선물 상자를 기도하며 준비하신 그 마음을 깊숙히 들여다 보며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이 전해오는 고마운 마음이다. 손수 운전하며 각 가정으로 전달해 주시는 목사님과 사모님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을 느끼며 나는 이 방콕 기간에 무엇을 이웃에게 해야 하는지 생각의 촛불 심지에 당겨봐야하는 지를 묵상해본다.

<한성도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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