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표적인 도심 속의 텅빈 공간이 위락공원들이다. 비 필수업종에 휴업령이 내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평소 같으면 이 좋은 날씨에 한창 붐볐을 유니버설 스튜디오, 매직 마운틴, 너츠 베리팜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어떤 곳은 5월 중순, 또 어떤 곳은 5월말까지 휴업을 공지하고 있지만 몇 달 뒤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지,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어떤 제약이 따를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역시 디즈니 사다. 지난 1955년 개장한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는 2018년 말까지 누적인원 7억2,600만명이 다녀갔다. 연간 입장객 수는 그 16년 뒤 세워진 같은 디즈니 소속의 플로리다의 매직 킹덤 팍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있다.
그 디즈니랜드가 지금 적막 속에 잠겨있다. J.P. 모건은 디즈니랜드가 포함된 디즈니 사의 올해 매출은 50억달러 정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종업원 22만3,000명 중 75%는 일시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 세계 디즈니 테마팍과 호텔 등 리조트, 프로덕션 등의 직원이 모두 해고 대상에 포함됐다.
디즈니에는 업종별로 20개가 넘는 노조가 있다. 먼저 비노조원들이 정리됐다. 그후 7,850명의 노조원이 속한 식음료 노조를 포함한 10개 노조와는 4월19일부터 일시해고를 합의했다. 물론 정상화와 동시에 복직 약속과 해고기간에도 건강보험과 교육 등 베네핏 제공이 합의됐다.
하지만 디즈니가의 손녀인 아비게일 디즈니는 수만명의 저임금 종업원을 정리 해고한 디즈니의 조처를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한다. 월트 디즈니의 형제인 로이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은 트윗을 통해 디즈니사의 이 조처에 ‘F 워드’를 날렸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돌리고, 중역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저임금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이 테마 팍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디즈니랜드가 보기와는 달리 행복 바이러스가 넘치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지난 2018년에는 ‘최저임금 15달러’를 쟁취하기 위해 수만명의 종업원들이 회사 측과 싸웠다고 한다.
디즈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고 경영진과 일반 직원의 임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최근 이사회 회장으로 물러난 밥 아이거 전 CEO의 연봉은 4,752만여 달러. 디즈니사 중간 연봉 직원의 911배에 달했다. 아비가일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느냐?”며 최고경영자들은 연봉 일부를 회사에 되돌리라고 주장했다.
꿈과 환상의 상업화에 성공한 디즈니 사.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와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하루 입장료는 110달러, 피크 데이는 124달러에 이른다.
연간 패스 중에서 가장 싼 419달러짜리로는 금~일요일과 6~8월 중순 방학 때,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 등에는 입장할 수 없다. 연중무휴 아무 날이나 들어갈 수 있는 연간 패스는 무려 1,449달러. 서민들에게는 너무 비싸고, 경영진의 연봉은 엄청나지만, 일반 직원의 처우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디즈니랜드의 또 다른 얼굴이 코비드-19시대를 맞아 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