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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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비(self-compassion)

2020-04-20 (월) 임진옥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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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산다. 매일의 삶은 초고속 인터넷처럼 빠르게 돌아가고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혹시 남에게 뒤쳐져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오늘도 스스로를 열심히 채찍질한다. 사회는 자기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친절히 하라고 가르쳤기에 직장에서는 상사, 동료, 때로는 후배의 요청이나 필요를 채워주고 집에서는 가족들을 챙기고 부모님, 친구들, 이웃들까지 신경써야 할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라는 말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곧 이기적이거나 거만한 것 혹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교육심리학 교수인 Kristin Neff는 자기자비 (self-compassion)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는데 자기자비란 자신이 고통중에 있을때 자신을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치 좋은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가정하에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행동이나 말들을 자기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기자비는 불안과 우울감을 줄이며 더 나은 감정 조절 기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을 높인다고 한다.
Neff에 의하면 자기자비는 세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자기 친절, 즉 고통중에 있는 자신을 혹독하게 비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비판(self-criticism)이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Neff는 자기비판은 비판적이고 가혹한 부모와 같고 반면에 자기자비는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부모와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부모는 자녀가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나 잘못을 했을때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Neff의 연구 결과는 자기비판이 자존감을 낮추고 우울과 불안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 즉 고통은 삶의 일부이며 나만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이점에서 자기 자비는 자기 연민(self-pity)과는 다르다. 자기연민은 자신의 문제와 고통에만 몰두하여 다른 사람의 어려움은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기자비는 자신의 고통과 함께 남의 고통도 인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마음챙김’, 내 생각이나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장 혹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결국 자기자비는 고통중에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치유하며 결국엔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자신을 돕는 것이다.

Neff는 자기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몇가지 제안했다. 첫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해주었을 말이나 행동을 나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 누구나 자신의 싫은 점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싫은 점을 나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지를 자신에게 써보자. 셋째 자신이 진정되고 안전하며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물리적 몸동작, 가령 가슴에 손을 얹는 것 등을 해보자. 넷째, 자신이 평소에 자신에게 하는 말을 잘 살펴보고 만약 자기비판적으로 말해왔다면 그 언어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언어로 바꿔보자. 비판이나 두려움보다는 사랑의 힘이 훨씬 강하다. 다섯째, 어려운 일을 겪어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로 매일 써보자. 자기자비의 눈으로 고통을 바라볼때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가족 상담을 하다보면 내담자 중에 자신의 가족이, 혹은 배우자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지금 괜찮은가? 혹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 고통가운데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COVID-19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내 마음의 소리와 상태를 한 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살아준 나를 따뜻한 눈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고 인정해 주자. 그리고 그와 똑같은 따뜻함으로, 내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보고 보듬어 주기를 권한다.
(703)761-2225

<임진옥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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