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무제(無題)

2020-04-15 (수) 12:00:00 정다연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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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그 시간들 동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급하게 여러 곳에서 변화하는 세상을 경험한 것 같다. 이제는 식료품점의 배달율이 높아지고, 산책로는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마치 휴일인 것처럼 여러 사람들이 오고 다니며, 길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 이전 삶과 다른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문득 집에서 창문을 통해 세상을 내다보게 되면 아침부터 기분을 좋게 해주는 예쁜 새들의 지저귐과, 열심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날쌘 다람쥐들이 이 세상을 아무 걱정 없이 누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밖에는 동물도, 식물도, 곤충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반면 우리의 일상은 달라도 너무 달라져 버렸다. 이제는 지금의 생활이 적응되어 가다가도 해가 뜨는 날이면 당장이라도 봄 소풍을 갈 수 있을 것만 같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비 냄새에 이 세상이 한없이 깨끗해져 보여 지금이라도 아무 일 없는 듯이 어디든 여행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매일 들려오는 뉴스의 소리들로 두려움과 공포 속에 떨기도 하고, 간절함에서 나오는 새로운 희망을 품기도 하면서 집 안에서 가족들과 서로서로 힘과 위로가 되어 주며 하루하루를 소중함 속에 보내고 있다.

집 안에서도 달라진 풍경들이 있다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매일 같이 점심을 먹고, 같이 산책도 하며, 남은 시간에는 밖을 향하던 사람들과의 관계의 시선이 집 안으로 들어와 가족 간에 돈독함과 친밀감, 사랑을 더 크게 높여 놓았다. 예전에는 가족들 간에도 각자의 일로 인해 하루 동안에 서로 시간을 내어 함께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어렵고 큰 역경 가운데서 서로가 가족을 위하고, 이웃을 위하며, 정말 돌아보아야 할 것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따뜻한 햇볕을 쬐는 것도 감사요, 이웃을 만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도 감사요, 매일 일거리가 주어짐에도 감사, 주의 날 모두 교회에 모여 하나님께 기쁨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도 감사임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깨닫게 되며, 다시 이러한 아름다운 일상들이 하루 빨리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정다연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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