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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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어서 썩!

2020-04-14 (화)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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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세상에.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바이러스 미생물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싸움을 걸다니.
인간이 기를 쓰고도 이루지 못한 오랜 전쟁을 쉬게 하고, 최루탄도 막지 못한 과격한 시위를 멈추게 하는 것은 좋다마는 청명 한식도 지나 천지는 꽃이 한창인데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고, 직장에서 쫓겨나게 만드는 것은 또 무슨 억하심정이냐.

재산이 많든 없든, 배움이 크든 적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위고하 구분 않고, 국적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평등하게 우리를 공격하는구나. 인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평등주의’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하는구나. 그런데 호화스런 저택은 빛을 잃고, 얼굴 마스크 한 장 없는 주제에 선글라스 끼고 뽐내고 탔던 고급 승용차는 차고에서 녹슬게 하고, 벼락부자 꿈꾸고 사둔 주식은 물에 젖은 신문지처럼 맥을 못 추게 만들다니.

네, 이놈.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처참하게 공격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눈으로는 볼 수가 없어 현미경으로 보니 왕관 같은 거 쓰고 제법 위엄 있는 모습이어서 네 이름을 크라운(crown; 왕관)이라고 멋있게 지어줬지 않았느냐. 생긴 것은 산수화처럼 예쁘구만 하는 짓은 꽃 달린 폭탄이구나.

인간이 최첨단 무기라고 자랑하는 핵무기도 너와의 싸움에서는 무용지물이구나. 네, 이놈. 네가 이겨 인간이 멸망하면 너도 멸망하는 공멸의 싸움이라는 거 모르느냐.
지금까지 할 만큼 했으니 인간도 해바라기 같은 미소 지으며 종전처럼 맘 편히 지낼 수 있게 어서 빨리 썩 물러가거라. 입에 마스크 끼고 꿈쩍 못하고 살자니 숨이 막힌다. 빨리 좀 꺼져라.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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