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주차장도, 자주 가던 등산로도, 골프장도, 체육관도 다 막혔다. 주택가를 산책하는데 건너편에서 사람이 오면 그것도 부담스럽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앞으로 2주는 마켓 출입도 자제하라는데-. 뒤뜰이나 있고, 가꿀 정원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면.
팜스프링스에서 오스트리아산 셰퍼드 한 마리와 사는 81세 노인은 주 3~4회 골프를 치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100개가 넘는 팜스프링스 인근 골프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제 무엇을 할까. 세상을 떠난 아내가 3년 전 그에게 선물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이 문득 생각났다. ‘골프가 그렇게 좋아 매일 골프장에 출근해야 한다면, 집에서 골프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아내가 선물한 게임기였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차고 구석에 있던 게임기를 꺼내 연결시켰다.
“타이거 우즈 골프게임을 하는데 재미있어요. 세계 곳곳의 골프장을 누비고 있어요. 골프장에 나가는 것만큼 재미 있더라구요.”
그는 “노인도 이 정도는 창의적일 수 있다”며 소식을 나눴다.
북가주 한인들이 많이 사는 서니 베일과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 알토 사이의 작은 지역인 마운틴 뷰. 이 동네의 이웃들은 골목을 아트 뮤지엄으로 만들었다.
학교를 가지 못해 집에서 몸살을 앓는 아이들과 재택근무로 역시 가택연금 상태인 부모들이 합작해서 집 앞 드라이브웨이와 사이드웍에 색색의 분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흐의 ‘별빛 찬란한 밤’이 탄생하는가 하면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추상화가 그려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사회적 거리? 그래도 우리는 함께’ 라는 뜻의 글귀를 보도에 남겨 이웃 간의 연대를 표하기도 했다.
CNN은 이 에피소드를 전하며 50여 가정이 힘을 모으니 거리의 화랑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 격절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집안에서 밥만 챙겨 먹다 보니 소화도 안돼” 하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잊고 있던 국민보건 체조를 생각해 낸다. “막상 해보니 그게 꽤 운동이 되데-” 하며 만족하는 이도 있다.
“요즘은 유 선생(유튜브)과 구 박사(구글)가 온갖 걸 다 가르쳐 줘서 12분짜리 운동 하나를 찾아내 집에서 내외가 하고 있어”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기구 대신 자신의 몸을 이용해 하는 운동이 부상 염려도 적고 가장 바람직한 근력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스쿼트, 런지, 플랭크 등 집안에서 가능한 근력운동을 하면 땀도 나고 코어 근육이나 허벅지도 단단해 진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투고 손님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타운의 한 카페 매니저. 밤중에 갑자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단다. “커피 한 잔만 줘” 하기에 카페로 오라고 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이 친구, “부부싸움 했어. 24시간 붙어 있으니 맨 날 싸울 일만 생겨”라며 하소연을 하더란다.
스트레스 강도 높은 요즘은 지혜로워야 한다. 가정폭력 신고와 상담 요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때 부부 싸움을 하는 것은 지옥을 초청하는 일이다. 싸울 일이 생기면 일단 목록을 적어 놓고 ‘가택 연금’이 풀릴 때까지 기다린 후 날을 잡아 한번 싸울 일이다.
물론 그때 전투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면 “뭘 이런 걸 갖고-” 하며 피식 웃고 말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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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