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한 본보기 국가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중국처럼 도시를 완전 봉쇄하는 과격한 통제 없이도 코로나19 확산을 현격하게 늦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보건당국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방역대책 그리고 시민들의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이 거둔 성과로 보인다.
마스크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하다. 감기 걸려도, 독감이나 메르스 등 유행병 돌 때도, 황사나 미세먼지로 대기오염 심할 때도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꺼내 쓴다.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미국에도 마스크 문화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의료계 종사자나 건설노동자, 페인트공 등 특정 직업인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은 거의 마스크를 쓰는 일이 없었다. 이제는 마켓, 사무실, 병원은 물론 동네에서도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집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스크부터 챙겨 쓰는 문화가 생겨났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연방질병통제센터(CDC)의 강력한 권고가 내려진 후 수요가 폭증, 마스크 대란까지 일고 있다. 의료진에게 반드시 필요한 N95 마스크 품귀현상은 특히 심각해서 국제적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 유럽으로 가던 중국산 마스크를 미국업체가 웃돈을 얹어주고 중간에서 채가서 국제적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불과 몇주 전만해도 마스크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안들이 착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코로나19가 중국발이라는 이유로 아시안을 질시하는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한편으로 아시안이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면 완전 거부감의 표적이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자 혹은 심하게는 바이러스 온상이라는 듯한 경멸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미국인들이 이제는 마스크를 못 구하자 유튜브로 마스크 만드는 법까지 배워 직접 만들고 있다.
마스크와 아시안에 대한 서구인들의 차별의식은 처음이 아니다. N95의 원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감염예방 마스크를 처음 고안한 것은 110년 전 중국인 의사 우롄더였다.
1910년 가을 만주에는 페스트 대재앙이 닥쳤다. 증상이 나타난 후 24~48시간 내에 환자가 죽고, 사망률은 100%였다. 수만명이 죽어가는 데 예방법도 치료법도 없었다.
서양의학에 부정적이던 청나라 정부는 태도를 바꾸어 젊은 의사 우롄더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훗날 중국의 CDC에 해당하는 방역총국을 창설한 인물이다. 케임브리지 대에서 공부한 우롄더는 환자들을 살펴본 후 병원균을 옮기는 것이 쥐가 아니라 공기전염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당시 의사들이 쓰던 헐렁한 천 마스크 대신 얼굴에 착 달라붙는 새로운 마스크를 만들어 보급했다. 모든 의사 간호사 그리고 환자들과 가족들에게도 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 중국인들은 즉각 그의 지시를 따랐다.
하지만 유럽의사들은 달랐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랑스인 의사 제랄드 메스니였다. 그 지역 의료계의 권위자였던 메스니는 인종차별적으로 우롄더의 주장을 경멸했다. “(새파란) 중국인이 뭘 안다고…”하며 마스크 없이 역병 환자들을 회진했다. 그리고 그는 이틀 후 사망했다.
이후 우롄더의 마스크는 의료 현대화의 상징으로 부각되었다. 8년 후인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닥치자 의료진은 물론 일반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중국인 ~’ 운운은 없었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마스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더 이상 ‘마스크 쓴 아시안’을 비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권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