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골레토’, ‘나부코’, ‘엘레트라’ 등 탁월한 영상미, 음향효과 등 과시
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 SF 오페라]
흔히 감동적인 순간을 ‘극적(劇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꾸며낸 것 같다는 뜻인데 왜 극적인 순간이 감동적인 것일까? 그것은 역으로, 꾸며냈다고 해서 모두 감동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극(劇)’이란 한자어로 호랑이와 돼지가 칼들고 싸우는 것을 말한다. 호랑이와 칼든 돼지… 과연 누가 이길까? 현실의 감동과는 견줄 수 없겠지만 우리는 때때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순간을 찾아 연극을 보거나 영화, 오페라 등을 탐닉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영화, 모든 오페라가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가능할 때, 극적인 무대와 어우러질 때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영화는 오스카 상이니 뭐니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 오페라는 다르다. 당연히 좋은 오페라 공연이 있지만 이같은 오페라를 만나기는 쉽지 않으며 특히 스크린을 통해서는 더 더욱 어렵다. 사람들이 무심코 오페라에 가거나 종종 영상 등을 통해 오페라와 만날 때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무대와 음악, 노래가 펼쳐진다고 해서 모두 오페라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페라는 연극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음악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영화보듯 했다가는 감동은커녕 시종 졸다가 끝날 수도 있다. 음악에 집중된 오페라는 현장 공연이 중요하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같은 경우는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고 음악이 웅장하기 때문에 현장 공연이 아니고서는 진수를 맛보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모차르트의 오페라도 필름으로서는 집중하기 힘든 오페라에 속한다.
그것은 음악이 중시된 성향 때문인데 반대로 베르디의 오페라의 경우는 선이 굵고 극적인 효과가 중시돼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좋은 가수, 오케스트라 그리고 무대 효과가 영합할 때 비데오 스크린을 통해서도 현장 공연 못지 않은 감동을 주곤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현장 공연에는 견줄 수 없겠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을 찾아 보면, (영문 자막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오페라들을 추천하고 싶다.
▶리골레토(베르디 작곡, Giuseppe Verdi - Rigoletto - Pavarotti, Wixell – Chailly
) : ‘리골레토’는 아쉽게도 현장 공연의 경우 무대 효과가 좋은 작품은 찾아 보기 힘들다. 추천한 영상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전성기 때 노래한 작품으로 현장 공연을 직접 담은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찍은 뒤 더빙한 작품이다. 1982년에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했고 리골레토 역에는 바리톤Wixell이 맡았다. 비록 더빙한 작품이지만 화면이 선명하고 극과 어울리는 연출, 오페라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노래와 어울어져 뛰어난 극적 감각을 선사한다.
▶투란도트(푸치니 작곡, TURANDOT at the Forbidden City Beijing 1998) : 이 작품은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한게 단점이다. ‘투란도트’는 오히려 80년도에 도밍고가 주연한 뉴욕 메츠 공연이 가장 유명한데 불행하게도 유튜브에 나와 있는 작품은 자막이 스페니쉬로 되어 있다. 추천한 작품은 1998년 자금성에서 직접 펼쳐진 공연으로 당시 숫한 화제를 뿌리며 그 제작과정이 TV 등의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들인 공에 비하면 무대나 극적인 효과는 별볼일 없고 오히려 연주와 음향 효과가 뛰어나다. 워낙 유명한 내용, ‘내순 도르마’ 등 명 아리아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아직 ‘투란도트’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
▶나부코(베르디 작곡, NABUCCO - Arena di Verona, 1981 ) : 이 작품은 80년도에 리카르도 무티 등이 지휘한 ‘라 스칼라’ 공연이 유명한데 유튜브에는 나와있지 않다. 추천한 영상은 베로나 경기장에서 공연한 작품인데 야외 공연치고는 음질이 뛰어나며 작품의 성격상 경기장의 무대가 오히려 웅장한 나부코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한 줄거리도 흥미롭고 박력넘치는 오케스트라,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 등 무대와 음악 효과가 어우러진 끝판왕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하겠다.
▶엑렉트라(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 Elektra -Music By Richard Strauss) : 이 작품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유명한 그리스 고전 ‘엘레트라’를 오페라화한 것인데 고전 특유의 극적인 효과가 뛰어난 작품이다. 영상은 리골레토와 마찬가지로 더빙한 것인데Valery Gergiev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의 명연주와 영상 효과가 탁월한 작품이다.
▶보리스 고두노프(무소르그 스키 작곡, BORIS GODUNOV - Bolshoi, 1978,) 질적으로 뛰어난 음악 그리고 극이 충돌하는 클라이막스의 순간은 오페라 팬이 아니라도 전율을 안겨주곤 하는데 특히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비제의 ‘카르멘’ 등은 오페라가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하겠다. ‘보리스 고두노프’는 러시아 의상 등 무대연출이 쉽지 않지만 ‘카르멘’과는 다르게 좋은 공연들이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다. 대관식 행진과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가 등장하는 3막 등 극과 음악이 만나는, 뛰어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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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