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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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좋은 사람 싫은 사람

2020-04-02 (목) 미셸 정(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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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정이 생긴 은행경비원분을 대신해 다른 분이 함께 일했다. 웃음 가득한 얼굴에 너무나 기분 좋은 표정과 말투로 한사람 한사람에게 건네는 그의 인사로 우리 모두는 일을 시작하는 아침부터 행복했다. 열심으로 일하는 모습도, 부드럽게 은행 안팎을 살피는 모습도 마음이 놓였다. 사람 보는 눈과 느끼는 마음은 다 똑같은지 은행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칭찬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에게 함께 일해서 즐거웠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향기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한번만 만나도 첫인상이 그리워지는 사람도 있고, 한번 만났을 뿐인데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들과 헤어진 후 가끔씩 안부를 전해도 늘 한결같이 보고 싶고 힘들거나 즐거운 지금의 내 모습을 거리낌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헤어진 이후로 안부가 궁금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들에게는 둘 중의 하나가 된다.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애써야 하는 일들도 많을 것 같다. 상대를 보면서 많이 웃어야 할 것 같다. 어려서부터 웃는 것보다 근엄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습관이 있어, 밝고 따뜻한 사람보다는 실수없고 신뢰를 주는 생활에 더 무게를 두고 지냈는데 이제는 선한 웃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품어야 할 것 같다. 또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의 장점을 단점보다 더 크게 보면서 잘한 일을 칭찬해주고 있다. 잘생기고 예쁜 외모로 호감을 주기 어렵지만 상대방을 따뜻하게 살피며 살아가다 보면 나도 잘살고 상대방도 그로 인하여 좋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들이 엉켜서 마음이 흙탕물이 되었을 때 갑자기 전화 걸어서 밥먹자고 청할 친구가 있다. 친구와 밥을 먹으며 못난 내 마음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밥먹고 차만 마셨는데 엉클어진 내 마음이 풀리고 위로되는 좋은 내 친구... 그리고 늘 같은 마음과 위로와 격려를 나누는 친구 같은 동생들이 있어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다. 내가 평생 친구로 여기는 사람도 나를 평생 친구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좋은 사람 옆에서 그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셸 정(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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