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가격리 중의 장애자녀 교육

2020-04-01 (수)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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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에 갑자기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자 우리 대학도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바꾸느라 한 주일 동안 수업을 정지하고 지난주부터 비디오 컨퍼런스를 통해 강의를 시작했다.

일반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바꾸는 데는 강의 전달 미디어만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니고 전달할 내용의 구성까지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 사범대의 강의를 준비하는데도 짧은 시간에 교생실습을 대처할 방법에 대해 캘리포니아 교육부와 교사자격 인증기관에서 마라톤 화상회의며 날아드는 이메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자 문득 가정에 있을 장애학생들과 부모들에 생각이 미쳤다.

초중고 학생들의 경우 단기 휴교일 것처럼 바로 큰 준비 없이 학생들을 집으로 보냈으나 자가격리가 길어지며 공립학교에서도 인터넷으로 학생 지도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사가 장애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교육은 한다고 해도 행동장애가 있고 관련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녀들을 부모들이 하루 종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우선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교사들에게는 NearPod.co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학생들이 집에서 부모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게 하고 있다. 각 아동의 IEP에 기록된 개인적 교육목표를 중심으로 내용을 짜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스스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행동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몇 가지라도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하루의 스케줄을 만들어 그것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애아동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간 옆에 활동을 문자와 그림으로 같이 제시하여 아동이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해놓는다. 아동이 스케줄을 미리 알면 다음 활동으로 옮겨가기가 수월해지고 일관성 있는 활동에 적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오락같이 한 가지에 집중하는 아동이라도 음악을 들으며 체조나 춤을 추는 것같이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 시간을 적절히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행동장애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부모의 안정된 심리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행동이 일어난 후에 조치하는 것보다는 일어나기 전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문제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좋은 대체행동을 알려준다. 뭔가를 달라고 우는 경우, 울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지적하라고 의사소통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행동을 일으킬 것 같은 상황을 포착하여 아동이 좋아하는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환기시키고 좋은 행동은 아동이 좋아하는 것으로 즉각적으로 보상한다.

셋째, 무엇을 계획하든 아동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아동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가지 간식과 음료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한 가지 간식밖에 없으면 여러 접시에 담아서 어떤 접시의 것을 원하는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가사 일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좀 느리고 서투르더라도 기다려주고 이해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다.

자가격리 중에 부모들이 모든 교육과 행동지원을 혼자 담당해야하는 것이 힘들 때는 학교에 연락하여 담임교사로부터 교육 자료나 학습하던 의사소통방법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적은 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고 관련 서비스를 마련하는 학교도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상황변화에 대한 확실한 예측이 어렵지만 모든 미주한인들이 이 위기를 건강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함께 이겨나가기를 바란다.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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