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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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널

2020-03-31 (화) 이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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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덜거덕 덜거덕
정해진 박자에 맞춰
긴 다리를 건넜습니다
굽게 휘어진 넓은 강을 따라
주어진 임무를 다하듯
그렇게 달립니다

굽은 길 저 넘어 보이는
터널을 향해
그렇게 달립니다

드디어 그 터널은
우리를 향해
가까이 다가 옵니다


터널 입구에 다다르자
기차는 삐익 소리를
길게 한번 내지르며
캄캄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 갑니다

순간 모두가
휩싸인 어둠에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가까스레 버티던 희미한
전등에 아스라이 보이는
이웃들이 나타납니다

얼굴마다 우울함이
묻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눈 감고 기도하며
인내하면
마침내 밝은 햇빛이
우리를 기다리는
터널의 끝에 다다르겠지요

<이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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