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천 7백석 규모 대형 공연장, 건축미와 음향 장치 등 문제점 드러내
▶ 1992년 대대적 보수공사, 객석 줄이고 개선 된 모습으로 거듭나
<사진 샌프란시스코 Louise M. Davies Symphony Hall 전경>
연중 무휴, 사시사철 바쁘기만 한 SF 시빅 센터의 공연장들이 코로나 19 여파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우선 발레 공연이 한창이던 SF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가 4월 초까지 전격적인 휴관을 계속할 예정이며 그 옆 SF 심포니 홀도 굳게 문을 잠근 채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뭐니뭐니해도 SF발레단. SF 발레단은 지난 수년간의 준비끝에 34년만에 공연할 예정이었던 ‘한 여름 밤의 꿈’이 3월6일 당일 개막 공연을 앞두고 市의 명령으로 전격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심포니 홀 역시 말러의 교향곡 6번, 세계적인 첼리스트 Gautier Capucon과의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2번 등 굵직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 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특히 SF 심포니 홀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MTT)가 상임 지휘자로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해로서, 5월 말 안네 소피무터와의 협연, 6월 말 말러의 ‘천인 교향곡’ 등의 공연을 앞두고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잠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더불어 SF 심포니는 데이비스 심포니 홀 개관 40주년을 맞는 해로서, 오는 9월 새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과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는 시즌으로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SF 심포니 홀은 1980년, 당시 심포니 홀을 위해 거금을 기탁한 Louise Davies씨를 기념 ‘Louise M. Davies Symphony Hall’ 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로선 거금인 2천8백만달러를 들여 문을 연 데이비스 심포니 홀은 당시 2천7백석이 넘는 건축 규모와 비용 등으로 큰 화제를 모았었다. 옆 건물 오페라 하우스를 빌려쓰고 있었던 심포니로서는 하루속히 자신들만의 홀을 갖추기 위해 스키모어, 피에트로 벨루스키 등과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설계 도면에 따라 서둘러 건축에 임했으며 그 결과 둥그스런 모양의 고전과 현대미를 혼합한 데이비스 심포니홀을 조속히 완성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했던 심포니홀은 우선 미학적인 측면에서 홀 주위의 건축물들과 융합하지 못했으며 웅장한 맛도 그렇다고 화려한 맛도 보여주지 못했다. 미학적으로는 다소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당시 심포니만을 위한 심포니 홀이 절실했던 심포니 단원 및 市 그리고 팬들로서는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 테클을 걸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음악팬들은 매끈하게 뻗은 심포니 홀 로비의 유리벽 사이로 비치는 화려한 시청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즐기며 기뻐하기만했다. 그러나 심포니 홀은 외관상의 문제 보다는 홀의 음향 문제가 곧바로 전문가들과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선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서로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 불만이 쌓여간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심포니홀은 먼저 외벽을 쌓고 그 안에 복도를 빙 둘러 방음장치가 된, 홀 속의 또하나의 홀이 들어서는 식으로 건축됐는데 들인 비용과 노고에 비하면 음향효과가 턱없이 기대에 못 미쳤다. 홀의 구석구석으로 소리가 전달되기에는 객석의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인데 오케스트라 무대 뒤 쪽으로 설치된 객석 또한 음을 골고루 펴져나가게 하는데 방해가 됐다. 음향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홀을 개조하는 대대적인 공사는 1992년에 가서야 이루어졌고 또다시 1천만 달러가 들어갔다. 5백개의 객석을 줄이고 오케스트라 무대와 뒷 쪽 칸막이를 올리고 무대 위의 유리 패널들을 대폭 늘린 덕분에 소리가 개선된 것은 물론 다소 좁아진 형태의 직사각형으로 뻗은 실내의 외관도 크게 개선됐다.
당시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브롬스테드는 사비를 지원하는 등 심포니 홀의 보수에 공을 들였고 그로부터 3년 뒤 마이클 틸슨 토마슨가 지휘봉을 이어받아 말러 등의 녹음을 통해 수차례 그래상을 수상하면서 음향 문제는 수면 속으로 잦아들게 되었다.
SF 심포니는 LA 필과 더불어 미 서부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서 피이르 몽테, 세이지 오자와, 헤르베르트 브롬스테드 등이 거쳐갔으며 2020 가을 시즌 부터는 에사 페카 살로넨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게 된다. 미국내에서는 빅 5로 불리우는 시카고, 클리블랜드,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다음으로 가장 손꼽히는 교향악단으로 이름이 높으며 한인으로서는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바 있고 사라 장, 서주희 등이 협연을 거쳐간 바 있다.
피이르 몽테 재임기에 RCA와 계약을 맺어 많은 양의 녹음이 취입되었으며, 오자와 재임기에도 도이치 그라모폰과 필립스를 중심으로 많은 음반들이 발매되었다. 블럼스테트 또한 전속사였던 데카와 함께 많은 양의 녹음을 남겼으며, MTT 는 악단 자체 음반사인 SFS 미디어를 창설, 말러 교향곡 전집이나 특정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실황을 함께 수록해 발매하는 '키핑 스코어(Keeping Score)' 라는 새로운 기획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MTT는 25년 장기 집권 동안 말러 중심의 연주 및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다양성을 상실하여 보다 많은 계층으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한 심포니로서는 새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과의, 심포니 홀 개관 40주년을 맞이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약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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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