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자 나온 잔담호, 플로리다항구에서도 입항 허가 난색
▶ 2명 확진·130여명 의심 증상…배에 남은 승객들 “감염은 시간 문제” 걱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남미에서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했던 크루즈선이 사망자가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에 남은 승객들은 "감염은 시간 문제"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크루즈 선사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의 올랜도 애시퍼드 대표는 29일(현지시간) 파나마 해역에 있는 크루즈선 잔담호 승객들을 향한 영상 메시지에서 "여러분들을 어디로 데려가서 내리게 할지를 찾는 동안" 격리를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직 하선할 항구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잔담호에선 코로나19 확진자 2명을 포함해 130여명이 의심 증상을 보이고, 4명의 선상 사망자도 나왔지만, 기약 없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처지가 됐다.
승객 1천243명과 승무원 586명을 태운 잔담호는 지난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했다.
남미 최남단 혼곶을 돌아 칠레에서 여정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탑승객 중 일부가 독감 증상을 보이면서 칠레 항구 등에서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했다.
잔담호는 지난 14일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하선한 것을 마지막으로 아픈 승객들을 싣고 태평양에서 항해를 이어갔다.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로 갈 작정이었으나 파나마 당국이 파나마 운하 통과를 막았다.
그러는 사이 고령 승객 4명이 배 위에서 사망했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미국,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로 알려졌다.
배 위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의 또다른 크루즈선 로테르담호가 파나마 해역에서 잔담호와 만나 식량과 의료진, 진단키트와 의약품을 전달했다.
전날 잔담호 승객 중 증상이 없는 승객 401명이 진단검사를 거쳐 로테르담호로 옮겨 탔다. 승무원 전원과 아픈 승객, 유증상자와 접촉한 승객은 배에 남게 됐다.
그 사이 파나마 당국이 결정을 뒤집고 운하 통과를 허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엔 포트 로더데일에서 난색을 보였다.
딘 트랜탤리스 포트 로더데일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잔담호 승객들이 치료시설이나 격리시설로 이송된다는 확인을 받지 못했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시장은 "시민 수천 명이 이미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위기 상황에서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최소한 이달 초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한 그랜드 프린세스호처럼 승객을 분리하고 이송, 격리할 계획이 마련돼야 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에 남아 기약 없는 항해를 해야 하는 승객들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신혼여행으로 잔담호에 승선한 멕시코 출신의 야디라 가르사는 블룸버그에 "우린 죽음의 배에 갇혔다. 우리도 감염될까 봐 너무 무섭다. 배에 계속 있다면 감염은 시간 문제"라고 걱정했다.
가르사는 철저하게 승객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탑승시키겠다는 선사의 약속과 달리 탑승 당시 설문지 작성이 전부였다며 "유명한 회사여서 엄격한 조처를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6일째 선실에 격리 중인 아르헨티나 승객 단테 레기사몬은 AFP에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