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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해결 못해”…미 병원, 천문학적 예산에도 의료물자난 막막

2020-03-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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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주 정부 구매경쟁에 가격 급등…원료 해외조달 쉽지 않아

▶ 완제품 수입도 큰 차질…병원들, 준(準) 암시장까지 눈 돌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천문학적 금액의 예산 법안을 마련했지만 병원의 의료용품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2조2천억 달러의 관련 예산 중 1천억 달러가 병원과 주 정부를 위한 것이지만 막상 의사와 간호사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보호복, 장갑, 마스크의 심각한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용품 부족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급이 달리는 데서 비롯되지만 이를 해결할 조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단기간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여건도 못 되기 때문이라는 게 AP의 설명이다.


우선 물품 조달 면에서 병원과 주 정부, 연방재난관리처(FEMA)가 의료 물자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해 가격을 올리는 구조로 돼 있다.

주 정부가 연방정부를 불신하며 자체 확보에 적극 나서다 보니 일주일 전 2달러 50센트이던 마스크 가격이 9달러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설령 보호복과 장비,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장비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라텍스와 고무, 직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캐이틀린 워웍 노트르담대 조교수는 "원재료 공급자들이 용량을 늘리려면 시간이 걸리고, 공급처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 있다면 실현 불가능할 수 있다"며 "지금도 대규모 공급난이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무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제품을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서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공장 폐쇄로 미국으로의 의료용품 수출이 급감한 데다 그나마 생산을 하더라도 전부 또는 일부를 중국 내에서 판매하게 돼 있다.

또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번지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제한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일례로 전 세계 의료용 장갑의 75%를 생산하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공장 문을 닫은 채 절반의 직원만 일터에 설치된 숙소에서 출근해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의료용 장갑 선적은 작년 동기보다 23% 감소하고, 보호복 수입은 64%나 줄어들었다. 거의 전량 중국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는 현재까지도 미국 항구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병원에서 공급난을 호소하는 물품은 이들 외에도 식염수, 살균 냅킨, 전기 충격기, 산소 공급기 등 다양하다고 AP는 전했다.

병원들은 기존 거래처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지 못하자 사기나 위조 제품이 만연한 '준(準) 암시장'으로까지 눈을 돌리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선 공급량을 늘리는 것 외에 주 정부와 병원이 의료 물자를 적재적소에 할당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 객원연구원인 프라샨트 야다브는 "진정한 과제는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킬 확실한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단지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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