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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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동물과 가장 똑똑한 동물과의 싸움

2020-03-29 (일) 김은영 시납스 인터내셔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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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지키기’를 지키다가 오랫만에 집을 나왔다. 문득 눈에 띄는 목련! 나무를 올려다 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아! 금년에도 봄은 오는구나!” 수만송이의 목련이 아름다운 자태로 봄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연초부터 연일 들어오는 죽음의 소식, 온 세상이 전쟁터 같은데 “봄은 여전히 오는가?” 바람에 흩어지는 꽃잎들이 그동안 스러진 영혼인양 이리저리 나부끼며 떨어진다. 봄은 연일 땅속에서 푸름을 펌프질하고 꽃들은 아름다운 색을 터트려 그 푸름 위에 칠해 가며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인간은 빠졌다. 자연은 인간을 초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고치속에 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이 무서워서. 너무 작고 원시적 이어서 생명체라고도 볼 수 없는 바이러스. 다른 생명체를 숙주로 삼아야만 자기가 번식 을 할 수 있디. 그런데 그 작은 생물때문에 똑똑하다는 사피엔스들이 전전긍긍이다.
무한경쟁-무한소비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어 섰다. 착취된 자원에 독성화학물질로 버무려 물건을 만들고 유통시켜 소비자의 손에서 잠깐 머문후 버려져 공해물질이 된 물건은 지 구의 땅, 물, 공기로 유해물질을 배출하여 전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변화시키는 ‘경제발전’ 이라는 컨베이어벨트, 그것이 멈추어 섰다. 여기에 생계를 의탁했던 사람들의 생계도 멈추 었다. 그들의 내일에 대한 근심과 탄식이 짙은 안개가 되어 정지된 컨베이어벨트를 감싸며 피어오른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종족번식이 생명의 궁극의 목적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태어나서 종족 번식의 목적을 이룬 후에는 곧 소멸한다는 것이다. 나는 생명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물이 없던 지구 에 38억년전 어느날 소행성들이 우주의 물분자들을 잔뜩 품고 쏟아져 들어왔다. 바다가 생겼고 그 바다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다. 유전자 교환과 변이를 통하여 종들은 다양하게 번성하고 진화해 갔으며 우리의 조상도 25만년전에 등장했다. 드디어 생각할 수 있는 기능 을 가진 진화의 꽃,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겨 사피엔스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신에게는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들의 종족번식의 방법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지구를 아프게 한다. 지구의 병이 심해져서 중환자실에서 특별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그것조차 모른다. 그들이 지구에 가한 파괴적 행동은 다른 모든 동식물을 멸종위기로 몰아가서 ‘인류세’라고 부르는 제6차대량멸종시기에 도입하게 되었다. 인류가 지구의 바이러스가 된 것이다. 아마 신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지구가 안타까워 바이러스로 하여금 인간과 전쟁을 하라고 명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의 이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셨다. 그리고 전에는 좀 불공평하셨다. 자연과 더불어 겸손히 살아가는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유럽인들의 세균으로 치셨다. 제어드 다이 아몬드의 역서 ‘총균쇠’에 의하면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후 1-2세기 동안 신대륙의 원주민 인구가 95%나 감소했다고 한다. 세균들은 정복자들의 총보다도 더 먼저 내륙에 들어왔다. 그럼 왜 인디안들의 세균은 유럽인들을 죽이지 못했고 유럽인들의 세균은 신세계의 원주민만 죽였을까? 다이아몬드는 대답한다. “농경화와 가축화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신세계에는 가축화 할 수 있는 야생동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착취에 대한 역사가 훨씬 일찍부터 이루어진 유럽인들은 그동안 잦은 세균의 공격으로 항체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태계의 법칙은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다. 유전자들의 변이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화하면서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다른 종간의 시공(時空)을 나누는 공생 관계를 맺으 며 긴밀하게 서로 얽힌그물망을 만들어 왔다. 이 생태그물망은 모든 생명들의 공동운명체이다. 인간도 그 그물망에 존재를 걸어놓은 한 종이다. 혹 인간은 생태그물망밖에서 자연을 지배하고 군림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허상이다. 우리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피해자가 아니고 가해자 임을 알아야 한다. 신은 이것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 세균과의 전쟁을 치르게 하실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의 드문 힘든 고난의 장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고난의 장이 끝난 즈음엔 지구의 건강을 내몸 같이 돌보는 자연 과 인간의 관계를 바로잡아가고자 하는 정신 혁명의 장이 펼쳐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김은영 시납스 인터내셔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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