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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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부른 재앙에 북풍 겹치나

2020-03-25 (수)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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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습적으로 지구를 압도해 버렸다. 정체를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지극히 미세한 세균이 코로나라는 이름을 달고 역대급 공포와 위협을 감행해 왔다.
모든 사람들의 생애에 지금 이 기묘한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고 인간들이 모두 증발해 버린 것 같은 적막감에 모든 것이 침잠해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들에게는 질병이 아니고 인간에게만 해롭다는 것이 의학계의 보고다. 이 요괴 같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만 침입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뭔가. 이 우주의 순환논리를 거역하고 살아와 이런 병마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지. 미신 같은 심증을 금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구태여 성경 기록을 참고해 보면 인간들의 영혼이 타락을 더해 갈 때마다 인류는 갖가지 재앙과 시련에 맞닥뜨려왔다. 순리를 따라 평화를 찾을 만하면 인간들은 패륜, 탐욕, 상쟁으로 극심한 기근(이삭)의 참사를 겪어왔다. 인간들은 천리를 배반하고 엄청난 홍수(노아)로 만물이 더 어디론가 휩쓸려가 버릴 뻔했다. 풍요로운 삶에서 영혼이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탈선해 방황하며 극도의 향락으로 멸망의 화산 대지진(소돔과 고모라)을 맞았다.

1340년대 흑사병, 1910년대 스페인 독감, 1923년 일본 관동 대지진, 1968년도 홍콩 독감 그리고 최근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 일본의 동해안을 강타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범람 등등 인류 역사 재앙들이 차례로 반추된다. 이런 갖가지 재난과 환란들은 묘하게도 인간들의 살육, 탐욕, 약소민족 침략, 강탈, 노예화와 짝지어 발생돼 왔다.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재앙이 들이닥친 것을 자신 있게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누군가가 만들어 낸 피조물이면서도 까맣게 조물주의 섭리, 의도를 벗어나 극한 탈선, 방탕의 수렁 속을 헤매고 마음대로 멋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인류에게 오는 모든 시련과 재앙은 우리 스스로가 화를 불러온 것이지 하늘이 내린 형벌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하느님은 잔인한 존재가 아니다. 하느님은 진리를 펼쳐 놓고 그 경계선을 벗어나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구원을 요청할 절대자이지 원망할 상대가 결코 아니다. 비옥한 토양, 맑은 공기 정토에서 질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법이다. 온갖 독소와 퇴폐 금기 사항의 악취 가득한 예토에서는 악성질병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해진 이치일 것이다.

당장 우리 눈앞에도 민족을 볼모로 핵무기를 휘두르며 파멸을 재촉하는 자가 있고 목사를 자처하며 수천 군중 앞에서 욕설로 ‘신성모독’을 하는 세태다.
자,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현상, 우연히 들이닥친 것일까, 우리가 불러온 화근일까, 모두가 묵상하고 참회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팬데믹 환란 이래 한국은 기어이 총선거를 단행할 추세다. 4월 15일 총선거일은 바로 코앞인데 어떻게 치르려는지 걱정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지금도 비례대표제 꼼수 사기정당 문제, 세력 다툼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수행 과제는 민주적 투표권 행사와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인간 접촉을 차단시켜 놓고 각종 집회를 금지시켜 놓고 어떻게 공약 토론과 국가의 미래를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일반 국민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후보들의 자격을 엄선할 수 있는 수단이 없지 않은가. 우리 국민 14%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해외동포 투표권 행사는 거의 불가능한 처지에 놓여 있다.

대통령에게 선거 일자를 연기할 수 있는 권리(공직선거법 196조 1항)가 있다. 당리당략에 매달리지 말고 총선거 일자를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연장하는 것이 옳다. 아직도 국내 도처에서 수백, 수십 명씩의 집단 감염 확증 사태가 튀어나오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의 국민 사랑과 염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한 선거 때마다 소위 ‘북풍’을 책동해 온 북한의 동태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제 2인자로 등장했다는 김여정이 격렬하게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이어서 3회에 걸쳐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감행했다.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고 문 대통령이 답장을 보냈다. 선거를 앞둔 때라 북풍이라도 발생하는 건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의료계의 빛나는 코로나 퇴치 노력에 국제적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 함께 정성 모아 경건하게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571)326-6609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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