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19 웃으며 대처하자

2020-03-20 (금) 최청원 내과전문의
작게 크게
비실비실 내려앉은 빗방울이 맺힌 자동차 창문 너머 펼쳐진 텅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오늘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이 아침도 오피스로 향했다.

추측컨대 오시는 환자 중에도 불안, 공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거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올지도 모르는 이 우울증을 그나마 도와줄 것들 중에 공자, 맹자, 순자보다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웃자’도 있다. ‘웃자’ 이야기 몇개를 소개해본다.

어느 회사의 공처가 사장님이 장난 끼가 있어 퇴근 전에 수십 명의 사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공처가라고 생각되면 왼쪽에 모이고 아니면 오른쪽에 서있으라니 다들 왼편에 우르르 모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공처가로 잘 알려진 한 사원만 오른쪽으로 갔다. 다들 의아해 쳐다보고 있을 때 그가 설명했다. “제 처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하여 이쪽에 홀로 서있게 되었다”고. 이 분은 확실히 코로나 전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물을 성급히 빨리 마시면 사래가 들어 ‘코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와 ‘확 찐자’ 양을 조심하라는 지침이 있다. 나가지 말고 집안에만 있어 남과 접촉을 피하라는 지침을 듣고 집안에 갇혀있다 보니 운동도 못하고 입이 심심하여 계속 먹으면서 TV만 보니 살이 ‘확 찐자’(체중증가)가 되어버렸단다. 그 후 역학조사로 그의 활동 동선을 추적하여 파악된 발표를 보면 TV 앞 의자, 냉장고, 식탁 화장실, 소파, 다시 냉장고, 소파, 침실, 그리고 또 냉장고였다.

이런 우스갯소리들이 기분 전환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즈음 특히 체력관리에 유의하고, 보건 당국에서 주는 지침을 철저히 따르면서 곧 회복된다는 확신과 인내심을 갖고 대처해 나가다 보면 정상의 생활로 곧 돌아갈 것이다.

비가 온 후에는 언제나 활짝 개인 푸른 하늘, 따사로운 햇빛을 갖게 되지 않았나. 과거 인류의 질병 역사들을 보아도 모두 다 회복되지 않았나. 솔로몬 왕이 아버지 다윗 왕의 반지에 새길 글귀으로 주었다는 조언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충고를 되새겨본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시기에 전염병의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접해야하는 일은 의사로서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로서 피할 수는 없는 일, 그 자체로 담담하게, 아니 반갑게 환자들을 맞이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짐해본다.

<최청원 내과전문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