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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빅스타 엄마와 딸의 충돌 그린 가족드라마

2020-03-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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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진실’ (The Truth) ★★★½ (5개 만점)

▶ 카트린 드뇌브 vs 줄리엣 비노쉬, 두 수퍼스타의 멋진 연기대결…일본인 감독이 만든 프랑스영화

왕년 빅스타 엄마와 딸의 충돌 그린 가족드라마

앞줄 왼쪽부터 뤼므르와 그의 수퍼스타 어머니 화비엔 그리고 뤼미르의 미국인 남편 행크.

‘부전자전’과 2018년에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도둑 일가’(봉준호의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등 여러 편의 영화에서 가족의 얘기를 사실적이요 담담하게 서술하는 일본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히로카주 고레-에다의 첫 외국어영화인 프랑스영화로 역시 가족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위트와 유머를 섞어 만들었다.

성격 드라마이니만큼 대사와 연기 위주의 영화로 연극을 보는 것 같은데 프랑스의 두 여자 수퍼스타 카트린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치열한 연기대결을 벌이고 조연으로 미국배우 이산 호크가 나오는데 호크는 다소 덜 사용된 느낌이다.

제목은 이젠 전성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자기가 프랑스의 수퍼스타라고 자만하고 자신하는 왕년의 빅스타 화비엔(드뇌브)이 막 출간한 자서전의 제목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화비엔이 고백했듯이 진실을 윤색한 것이어서 오래간만에 미국에서 고국을 방문한 딸 뤼미르(비노쉬)와 모녀 간에 충돌이 인다.


첫 장면부터 오만방자한 화비엔의 모습이 드러난다. 화비엔은 자기를 인터뷰하는 젊은 여기자의 질문을 “그것에 대해선 옛날에 한 인터뷰에서 다 말했다”면서 무시해버린다. 화비엔은 가족과 친구보다 배우로서의 자기를 더 먼저 생각하는 여자여서 도대체 그의 진실의 정체가 아리송할 뿐이다. 자서전에 아직도 살아 있는 전 남편 피에르(로제 반 훌)가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이 책의 출판을 맞아 뉴욕에서 살고 있는 각본가 뤼미르와 그의 2류 배우 남편 행크(호크)와 둘의 조숙한 딸 샬롯(클레망틴 그러니에)이 화비엔이 살고 있는 파리 교외의 우아하고 거대한 저택에 도착한다. 이 집 뒤에는 교도소가 있다. 때는 가을이어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는데 촬영이 아주 곱다.

화비엔과 뤼미르의 관계는 뤼미르가 어렸을 때부터 소원한 사이다. 이유는 가족보다 배우로서의 경력을 더 중요시하는 화비엔 때문. 첫 대면부터 둘은 어색한 태도와 모습을 감추려는 기색이 역연하다. 영화는 부모와 자식 간의 벌어진 관계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진실과 기억에 관한 탐구요 가족 구성원의 사랑과 책임을 고찰한다. 그리고 감독은 영화에서 프랑스영화를 찬양하고 있다. 프랑스영화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화비엔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여자여서 피에르(로제 반 훌)와 충실한 개인 비서 뤽(알랭 리볼트)과 과거 자기를 제치고 떠오르던 여자 배우 사라 등 여러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람이나 뉘우칠 줄 모른다. 그의 자서전은 여러 부분에서 허구인데 과거 뤼미르를 방치하다시피 한 사실마저 미화해 뤼미르가 강력하게 항의한다. 그러나 화비엔은 이에 대해서도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끝에 가서 모녀가 화해를 하는 기운이 감돌지만 화비엔이 과연 자신을 뉘우치고 진짜로 딸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인지는 화비엔 밖에 모를 일이다. 영화 속 영화인 ‘내 어머니의 기억’에서 화비엔은 늙지 않는 어머니와 반대로 세월이 흐르면서 호호백발이 되어가는 딸로 나오는데 이는 자신의 늙음을 직시하지 않는 화비엔의 마음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드뇌브와 비노쉬가 멋진 연기 대결을 보여주는데 차분한 비노쉬의 연기도 좋지만 ‘날 좀 보소’하는 식의 의기양양한 드뇌브의 연기가 일품이다. PG등급. 일부극장. *3월 20일 개봉 예정이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들이 문을 닫고 있어 상영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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