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라 이씨는 지난 주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끝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였다. 지난 2월 이스라엘에 갔던 한국인 관광객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었다. 그 무렵 앤젤라 씨도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주로 대구 경북 거주자였던 한국인 확진자는 3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 일행이 귀국 때 이용했던 항공사의 승무원 한 사람은 감염사실을 모른 채 LA를 다녀가기도 했다. 앤젤라 씨는 몸에 이상증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가 격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지순례 전문여행사인 앤젤 투어를 운영하는 그녀는 이스라엘 현지에서 그곳을 다녀간 한국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제가 된 일행은 2월16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녀는 그 이틀 후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들어가 일정이 겹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 일행과 한국서 온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교류가 있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한국서 온 관광객 1,200여 명을 모두 격리 수용하다 귀국 조처했다.
당시 이스라엘에 있던 미국발 한인 관광객은 200여명. 미국 여권을 갖고 있던 그녀는 격리되지 않았지만 혼란스러웠다. 호텔에서 식사도 별도 좌석에서 해야 했다. 통곡의 벽 근처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학생들은 앤젤라 씨 일행을 보자 옷깃으로 입을 막고 지나가기도 했다. 베들레헴과 제리코 등은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LA공항에서는 별다른 검색 없이 들어왔으나 그녀는 돌아온 즉시 자발적인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집에서는 가족들과 떨어져 방에만 머물렀다. 식사는 남편과 딸이 만들어 들여보내 줬다. 혼밥을 했다. 인터넷이 있으니 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격리생활의 이모저모를 전했다. 지인들의 응원 댓글도 달렸다. 음식 사진을 찍어 식구들의 정성과 남편의 요리 솜씨가 날로 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불편했지만 묵상과 자기성찰의 시간이 됐다. 여행업에 뛰어든 지 10년, 자기 비즈니스로 앤젤 투어를 운영한 지는 5년 째. 지난해만 해도 30개 팀을 내보내고 한 달에 한 두 팀은 인솔자로 동행했으니 자기만의 시간이 없었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자가 격리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이번 일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도하며, 더 많이 의탁하게 됐다고 한다. 건강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걱정을 나눈 가족 간의 유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격리 기간에도 처리해야 할 일은 많았다. 우선 6월까지 잡혀 있던 115명, 6개 팀의 여행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 가능한 한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했다. 다행히 항공사들은 벌금 부과 없이 환불해 주거나,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행해 줬다. 호텔은 환불이 어려운 대신 예약을 취소하면 1년 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리 입장료를 냈던 관광지는 환불이 안 되면 기부하는 셈치고 정리를 했다.
앤젤라 씨는 이 직업이 즐겁다고 했다. 일생에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은 성지를 매번 방문하는 데다 여행은 아프다고 찾아 하거나, 돈을 벌자고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일을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고정 경비는 지출되는데 수입은 전무한 상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 거의 모든 여행 관광업계가 겪고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다.
6월까지는 여행일정을 취소했다고 하나, 앤젤 투어 홈 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7월 알래스카 빙하 여행에서, 39박40일 산티아고 800Km 도보순례까지 계획된 일정이 빼곡하다. 그의 믿음대로 여름부터는 계획된 일정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인가.
격리를 마치고 나니 바깥이 더 시끄러워졌다. 그는 일찌감치 어려움을 겪었으니 단련이 되고, 평정심을 되찾았다고 한다. 살면서 이런 어려움쯤은 이길 수 있다며 자신을 격려하고 있다. 속으로는 중남미 쪽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질까봐 더 걱정이다. 의료시설이 취약한데다 북반구와는 반대로 겨울이 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 발현지는 한 달에 2번 갈 정도로 한인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자가 격리를 마친 앤젤라 이 씨는 지금은 불안을 전파하고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서로 걱정과 위로를 나눌 때가 아니겠느냐고 한다. 서로 북돋워 주고, 응원하며 이 고비를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무분별한 터부와 배려가 실종된 이기심, 두려움으로 마음이 감염되는 것이야말로 더 슬프고 공포스러운 일로 생각된다고 그는 말했다.
<
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