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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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해는 되지만 첫 단추가…

2020-03-03 (화)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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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몰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 19가 발발했음에도 중국인들의 한국방문을 허용해 한국에 우한 폐렴이 창궐했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문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는 한다. 사실 만일 초창기에 중국인 입국을 막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남대문과 동대문 상인들, 명동 상인들, 면세점 종업원들, 호텔 종업원, 관광 여행, 항공 종사자 등등이 벌떼 같이 일어나 “우리 다 굶겨 죽이려고 하느냐”면서 광화문 광장이 꽤나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순진했거나, 코로나 19를 너무 얕잡아 보았거나 아니면 요행을 바라며 중국인 입국을 허용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늘의 사태를 보면서 문재인 정권에 쓴소리를 하기 전에 우선 야당부터 나무라고 싶다. “봐라. 애초에 중국인 입국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런 말은 야당의 대응으로서는 최하책(下策)이다. “국가 경영에 무지한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 야당이 앞장서서 현 재앙 수습에 나서겠다”의 말을 해야 했다. 현재의 따분한 그런 정도의 대응하는 실력이니 정권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문 정권을 생각하고 글을 쓰자니 솔직히 자괴감마저 든다. 중국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했던가? 중국은 잘못이 없는데 바보 같은 대구의 한 신천지 교도가 병균을 퍼트려 이 지경이 됐다고 했던가? 더 생각하기도 싫다.

다만 문 대통령과 보좌진들이 북한의 김정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들었으면 한다. 중국의 시진핑은 북한의 김정은을 집토끼로 여겼다. 그리고 장성택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면서 김정은이가 한번 만나달라고 하는 신호를 여러 번 보냈는데 들은 척도 안했다. 그러다가 김정은이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보고 ‘아차’ 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최고 국빈대우로 초빙하고, 또 북한까지 방문했다. 그리고 이제는 몰래 석탄도 사주고 밀무역도 눈감아주고 몰래 노동자도 쓰고 있다. 미국도 북한도 당황스럽지만 시진핑은 김정은이가 집토끼가 아니라 집 주위를 서성거리는 토끼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중국의 위치를 재평가했고 그리고 북한과 협상에서 중국 역할의 한계를 알았다는 말이다.


중국과 북한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거듭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것이 북한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한국이 무슨 득이 있다고 자진해서 중국에 집토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지 하는 것이다.
자존(自尊)해야 대접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문 대통령은 거듭 마음에 새겨야 한다. 문 대통령의 첫 단추는 사드배치와 중국의 소위 보이콧 대응에서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중국이 그럴수록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오히려 그리 했으면 롯데 수퍼가 중국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첫 대결에서 중국에 길이 들여지면 오늘날 중국 아픔이 한국 아픔이라고 아양을 떠는 전화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님에게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미국으로 방향을 틀면 오히려 중국이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생색내면서 종속이 아닌 대등한 위치에서 중국과 더 활발히 교류하고 공존의 이익을 취하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 자존심도 지켜주면서 말이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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