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2020-03-03 (화)
홍순택 / 페어팩스, VA
고요하던 하늘에
먹구름 드리우고, 어둠이 짙어오며
길 잃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간간히 세찬 바람이 불어
몸을 적신 앙상한 가지마다
사시나무 떨듯
저마다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님!
이른 봄 아직도 멀리 있는데
어찌하여 세찬 비를 데려와
대지 위에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아파하게 하시나이까?
메마르고 터진 맨땅 위에
푸른 풀 한포기 없어
따사로운 햇살만이 그리운데
어찌하여 날카로운 고통과 시련만
더하시나이까?
죽어가는 이 땅을
살리시는 길이 이길 뿐이더이까?
병든 대지의 영혼을 고치시는
길이 이길 뿐이더이까?
이제 마지막 자락이 보이는데
시련과 연단을 멈추지 아니하시며
인내의 끝을 더하시는 하나님
이 길이 아니더면 우리가 결코
생명을 얻지 못하리이까?
그러나
나, 이제야 주님만을 바라보게
되었음이여!
당신만을 사랑하게 하시는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요.
마른 가지 끝에도 생명이 솟아나며
죽어있던 대지 위에도 생명이
꿈틀거림이여!
당신은 생명이요,
우리를 향한 위대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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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택 /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