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코로나 민심 후유증 경계해야

2020-03-01 (일)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크게 작게
중국 우한에서 밀려들어온 역병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전국을 혼돈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각 분야 회의, 집회와 심지어 인간 접촉마저 제한 받고 있는 상태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거가 정책연설 토론없이 민주적으로 진행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은 대통령이 선거 연장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어 주목된다. 필수적으로 경제 혼란이 밀려올 텐데 역시 두려운 일이다.

원래 국민이란 하늘같은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존중 받아야 하고 겸손한 자세로 섬겨야 하는 절대적 존재라는 인식이 특히 권력자들에게 깊이 각인 돼 있어야 할 대목이다. ‘중용지도’를 주장했던 노자와 장자는 백성은 물과 같다 하며 5덕을 가르쳤다. 물이 막히면 돌아가고 선두를 다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니 상하 질서가 예의 바르고 가득차기를 기다리니 인내심이 모범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제 1덕목은 막히면 넘어 트리고 뚫고 지나가는 용맹한 존재임을 경고한다.

백성이란 물처럼 권력자에게 속고 있다거나 크게 실망하고 절망을 느끼면 폭발하는 존재다. 신뢰가 충만한 사회에서는 국민의 원성이나 루머 따위가 횡행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진정성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이 요지경 같은 어용 통계에 속아 넘어 갈 것이라고 안도하고 있다면 큰 오해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 사태를 이용하여 집권 세력의 모순이나 실정을 간교하게 덮고 지나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보여질 경우 국민의 분노는 몇 갑절 더 격앙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문 정부의 괴상한 안보정책, ‘민주당만 빼고’ 필자와 신문고발 파동, 효과 없는 부동산 대책, 대국민 퍼주기 선심공세에 대한 허구성, 부정부패 대명사 조국 전 법무, 정경심 교수 부부 두둔, 추미애 법무장관의 황당한 검찰 인사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학대 등등으로 원성이 들끓고 있다. 이렇게 민심이 뒤숭숭한 판에 코로나 바이러스 역병마저 창궐하고 있으니 어찌 심기 일전의 필요성을 경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 권력이든 백성을 경시하면 화를 만난다. 동학혁명의 지도자 최재우도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을 내걸었고, 윤보선, 김대중은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존경하듯 사람을 사랑하라), 김영삼은 ‘대도무문’(大道無門: 큰길에는 문이 없다 즉 평등사회)를 휘호로 즐겨 썼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하면 재난이 없다)을 쓰던 이승만과 박정희는 각각 건국외교와 경제 건설의 괄목할 업적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 독재, 국민탄압으로 비극의 말로를 맞은 사실을 교훈 삼으라고 권하고 싶다. 역대 임금들도 ‘억조창생’(億萬蒼生:모든 백성)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성의를 다해 왔다. 왕들은 역병, 괴질, 가뭄, 잦은 흉년 재난이 발생하면 스스로 ‘정전’에서 ‘편전’으로 침소를 옮기고 수라상(임금의 밥상)의 반찬을 줄였다. 그리고 머리를 풀고 소복을 입고 무릎은 꿇고 하늘을 우러러 며칠을 계속해서 치성을 드렸다.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은 그동안의 행태를 경건한 마음으로 반성해 보라. 자기 안위보다 국민을 위해, 국가 이익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나라의 불행이 닥친 이 판국에 목사 전광훈(한기총 대표)의 망발이 세상 혼란을 더 하고 있다. “하나님 까불지 마, 죽어”, “나라를 북한에 팔아 먹으려는 문재인을 제거하자”, “감염 환자들 집회(불법)에 나오라 내가 고쳐준다”고 떠벌렸다. 결국 전광훈은 쇠고랑을 찼다. 김일성도 종교인을 박해하고 하나님보다 더 잘났다고 교만하여 스스로가 ‘사탄’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한동안 지나면 정부와 국민이 총 단결하여 반드시 유행병을 퇴치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항상 국가가 재난과 맞닥뜨리면 권력 불신과 퇴진론 등 큰 반발이 뒤따른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