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미 시민권 받은 이민자들까지 뒤진다

2020-02-28 (금)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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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법무부 전담기구 설립 “부정취득 모두 박탈”

▶ 적발자들 강제 추방도…이민자 커뮤니티 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자들의 귀화 과정을 샅샅이 조사해 시민권을 부정 취득한 이민자들을 색출하기로 해 미 전국의 이민자 커뮤니티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시민권 부정 취득자 색출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해 귀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이민자들의 시민권을 모두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26일 연방 법무부는 산하기구로 귀화 이민자들의 시민권 부정 취득 여부를 조사할 전담부서로 ‘시민권 박탈 부서’(Denaturalization Section)를 신설했으며, 시민권 부정 취득 이민자 색출을 위한 조사 작업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그간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LA에 시민권 부정취득 단속 전담반을 내부 조직으로 설치한 적은 있지만 연방 법무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해 수사에 나서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이다.


법무부는 신설한 ‘시민권 박탈 부서’를 조직 편제상 민사국(Civil Division) 산하 이민소송실(Office of Immigration Litigation)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디 헌트 법무부 부장관은 “테러리스트나 성범죄자가 시민권을 취득했다면 분명 이 시민권은 박탈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기록했거나 거짓 서류를 제출한 불법 취득자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시민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법무부가 신설한 시민권 박탈 부서는 앞으로 불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테러리스트와 전쟁 범죄자, 성범죄자 뿐만 아니라 기타 사기 등을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일반 귀화 이민자들까지 색출하게 된다.

‘시민권 박탈 부서’는 앞으로 이미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 이민자들이 ▲국가안보 및 테러리즘 연루, ▲전쟁범죄 및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 ▲성범죄 등에 연루됐는 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게 되며,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사기 및 불법 행위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해 이들의 시민권은 모두 박탈한다는 계획이다.

USCIS는 지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시민권 부정취득 귀화 이민자를 연간 46명 적발하는 데 그쳤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시민권 부정취득으로 적발된 귀화 이민자들은 연간 1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이 전담부서가 미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귀화 이민자들이 속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권 부정 취득 등의 이유로 시민권이 박탈된 이민자들은 강제 추방조치를 당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민권 박탈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 귀화 이민자들까지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시민권을 받으면 추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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