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리되 정확하고 차분하게

2020-02-28 (금)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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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미디어들이 한인타운을 기웃거리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TV 방송사에서 나온 두 사람을 만나게 됐다. 먼저 신천지에 대해 묻는다. 어디 가면 만날 수 있겠나, 벨 플라워 등 근처에 교회 2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가? 사실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신천지 뜻풀이를 해주고, 기성 한인교회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이야기 해줬다. 집단 감염은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로 여기서는 뉴스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기사가 되지 않는 백그라운드 정보일 뿐이다.

TV기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항공사 승무원 이야기를 꺼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대한항공 승무원 이야기구나. LA 타임스 인터넷 판에 뜬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건 한국에서 처음 보도돼 여기 알려졌고, 그걸 메인 미디어 인터넷 판에서 다시 받은 것 같다고 보도경로를 이야기 해줬다. 이미 시간이 좀 지난 이야기인데다 책임있는 관계당국이나 항공사에서 더 이상 확인된 이야기는 없다고 알려줬다.


로컬 한인사회의 현황 취재를 지시받고 나온 것 같은 기자는 좀 맥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안테나 달린 TV 방송사의 큰 차가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상가에 오래 서 있었다. 26일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주류 미디어로부터 ‘비바 코리아’ ‘프라우드 코리안’을 소재로 취재 대상이 된 기억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기껏 북핵이나 북한 미사일 반응, 그런 것들이 관심사였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한국이 담배시장을 열었던 때니 오래된 이야기다. 당시 담배산업을 관할하던 한국의 전매청은 이른바 양담배가 쏟아져 들어오자 맞대응으로 미국시장을 뚫어 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노인회에 다량의 한국산 담배를 무료로 풀었다.

별 신통한 마케팅 전략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이게 지역 유력지에 있는 기자의 안테나에 걸렸다. 한국일보, The Korea Times는 이럴 때 한인사회에 마땅한 컨택 포인트가 없는 기자들에게 좋은 1차 연락처가 된다. 뚜르르 전화가 걸려왔다.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를 왜 노인들에게 공짜로 돌리느냐가 포인트였다. 그것도 한국정부의 산하기관이-. 건강에 좋지 않은 미국 담배도 들어간다, 그것도 비싸게… 전매청 대변인이 해야 할 이야기를 섞어 가며 배경을 이야기해도 전혀 공감하는 눈치가 아니다. 시종일관 ‘공짜 담배, 건강 해악, 그것도 노인’이 키워드였다. 이런 막무가내를 대하면 짜증도 나지만 덜컥 겁도 난다. 무슨 소리를 어떻게 쓸지 몰라서다.

준비된 기획보도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주류 미디어는 한인, 한인사회, 한국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고정관념을 갖고 취재에 나선다. 그 고정관념을 뛰어 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한인학생이 관련된 강력사건이 터지면 ‘아시안, 혹은 한인은 공부는 잘하지만, 공부에만 … 어쩌구…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한국과 함께 미주 한인사회도 주목받고 있다. 억측과 낭설이 흘러 다니지 않게 조심해야 할 때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한인은 다인종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혹 잘못된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 몇몇 비즈니스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전체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알릴 건 알리되 정확하고 차분하게 전하고 보도해야 한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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