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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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불확실의 시기

2020-02-25 (화) 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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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려와 불확실성의 불안에 쌓여 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코로나 감염재해가 일단 수그러들면, 북한문제가 다시 부상할 것이다. 현재 유동적인 역내 안보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불확실 하다.

최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과 확실한 합의(Deal)가 없는 한, 트럼프가 김정일을 또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의 직전의 전임자인 존 볼턴과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짐 켈리는 트럼프의 북한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북미협상이 재개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둘 다 11월 미국 선거가 끝날 때까지 현상유지의 연장을 원하는 지도 모른다.
북한은 요즈음 조용한 편이다. 자력갱생의 경제건설에 집중하면서, 제재의 제약을 피해갈 수 있는 추가적인 방도를 모색하고 있을 거능성이 있다. 석탄수출 금지를 우회하기 위해서 공해상 선박이적을 해왔는데, 지금은 사이버 공격을 통한 재정적 이익을 노리는 작업을 확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는 4월 한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진보여당이 승리하면,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을 더욱 포용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정부는 남북경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보다 독립된 입장을 추구할 지도 모른다.
정부와 여당은 미중간의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균형외교를 다시 강조할 수도 있다. 필리핀은 최근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타격을 예고한 것이다.


반대로 보수야당이 승리하면, 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노선으로 되돌리고, 제재 압박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야당은 한미동맹의 강화를 강조하고, 북한의 정권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활발한 민주주의 체제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제도다. 비판자들이 대통령을 북한의 대변인 또는 첩자라고 부르고,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데모 군중들은 그의 하야를 요구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탈북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한국은 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실제로 파면한 나라다.

지금 중국은 코로나 전염병 확산으로 공산당 지도체제 자체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11월에 공화당의 트럼프와 대결할 민주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아마도 미국의 대선이 끝나면, 미국의 차기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0년의 경험을 토대로 보자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 가지 실질적인 방법은 이미 나와있다.
그 방법은 장기적으로 단계적 접근을 하되, 비핵화의 각 단계에서 ‘상응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것이다. 현상의 궁극적인 목표인 북한 핵 무기고에 대한 완전한 철폐와 제거는 합의 이행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불사하는 군사력의 사용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 협상은 다시 실무급에서 되어야 할 것이다. 협상은 동결, 봉쇄, 관리, 철폐 제거에 이르는 단계적 과정과, 합의이행의 검증 방법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비핵화 과정의 로드맵에 대한 대타협을 이끌어내야한다.
지금 사람들은 세계 전역에서 코로나 감염의 공포에 떨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엄청날 것이지만 현재론 피해규모의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인들에게 한 가지 희소식이 있었다. 한국영화 ‘기생충’이 ‘금년의 최고영화상’을 포함, 오스카상 4개를 휩쓸었다. 아카데미가 외국어 영화에 최고 영화상을 준 것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이를 축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기타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오찬을 베풀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못 마땅함을 드러냈다. 오스카 최고영화상을 수상한 한국영화 ‘기생충’을 놓고. 20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얘기냐? 우리는 한국과 많은 무역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금년 최고의 영화상을 줬다.”

다음날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유세모임에서도 트럼프는 물러서지 않았고, 미국영화가 수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전에는 외국영화 최고상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모양이다. 나는 이해가 안간다” 트럼프의 불만은 여전했다.
미국의 기생충 영화 배급사인 Neon 은 트위터에서, “이해할 만 하다. 당신은 글을 읽을 줄 모르니까” 라고 대꾸했다.
한국인들도 트럼프 말에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트럼프는 한미 우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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