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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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조언

2020-02-24 (월) 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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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배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방송통신대를 다니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며 학교를 갈 때가 있었다. 직장과 대학을 병행하며 열심히 사는 내가 기특했는지 상사는 간식을 사먹으라며 용돈 담은 봉투를 건넸다. 그 하얀 겉봉투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멋진 내일이 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격려에 힘들어서 그만둘까 했던 마음이 펴졌고 다시 힘을 내 학업을 마쳤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나 같은 상황에 놓인 후배에게 그 상사가 내게 베푼 일을 따라 하기도 했다.

은행 첫 출근하던 날 부행장님이 해준 조언을 그분은 잊고 있겠지만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다. 그분은 승진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상사는 물론이고 동료들의 진심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상사의 인정은 받기 쉽지만 동료의 인정은 받기가 어렵고, 설사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라도 동료들의 인정이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셨다.


아부가 아니라 실력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동료들의 인정을 받아 승진하는 것이 진정한 승진이라고 강조하셨다. 이 말은 지금 내가 후배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30년 전 상사의 충고가 30년동안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엔 직장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고객을 만나게 되면 규칙을 따져가며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가 똑똑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고객의 사과까지 받은 경우라면 목소리가 의기양양해서 승리의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을 이겨서 무엇을 얻었습니까?”라는 상사의 말에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가만히 마음을 추스르니 내가 이겨도 져도 고객을 잃어버리는 일만 남는 결과였다. 내가 이긴 경우라면 손님이 지점에 올 때마다 미안해할 것이고, 내가 진 경우라면 실력없고 불친절한 나에게 은행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더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경험이 많아지다보니 잘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나이 들면서 조금은 마음그릇이 따뜻해지고 넉넉해진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를 성장시켜준 좋은 선배들처럼 이제는 나도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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