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쇤브룬 궁과 닉슨 뮤지엄

2020-02-21 (금)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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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가게 되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 쇤브룬 궁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쇤브룬 궁은 유럽의 명가인 합스부르크 왕조의 여름 궁전. 방만 1,441개에 이른다. 절대군주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로 단두대에서 처형된 그의 딸 마리 앙트와네트의 흔적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쇤브룬은 월드 클래스의 무료 음악회로도 유명하다. 분수대가 있는 넓은 야외정원에서 펼쳐지는 여름 콘서트에는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비엔나 필, 피아니스트 랑랑,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 말 그대로 정상급 들이 출연해 왔다. ‘우아한 보수의 보루’로 불리는 비엔나가 내놓는 품격있는 음악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먼 비엔나까지 갈 것이 아니라 둘러보면 무료 음악회나 주머니가 얇은 애호가가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남가주에도 적지 않다. 오렌지카운티 요바린다의 닉슨 라이브러리 & 뮤지엄도 그런 곳이다.


닉슨 뮤지엄은 입장료를 받지만 음악회만 가면 무료입장.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이 음악회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인 음악가들도 종종 무대에 선다.

지난 16일 콘서트에는 중견 첼리스트인 나인희, 김원선, 애쉴리 김으로 구성된 ‘스리 첼리스츠’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과 영화 OST 등으로 귀에 익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등을 근사하게 연주해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23일에는 피아니스트 양지원, 3월15일과 29일에는 노민지가 지휘하는 주니어 챔버 뮤직이 스케줄에 올라 있다.

이런 음악회는 소탈해서 인간적이고 훈훈하기까지 하다. 이런 음악회를 즐기고 싶다면 가까운 대학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정기적으로 무료 음악회를 갖는 도서관이나 교회도 있다. 사우스 베이나 레드 랜즈 같은 지역 오케스트라들도 있다. 대학 콘서트나 커뮤니티 음악회는 입장료가 싸지만 티켓 가격이 늘 음악회의 수준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미국 태생 바이올리니스트 중 정상급으로 꼽히는 힐러리 한이 이글락의 옥시덴탈 칼리지에서 리사이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해 그가 남가주의 무대에 오른 건 그 연주회가 유일했다. 19살에 밴 클라이번 국제콩쿨에서 2등 입상한 한인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은 100명 남짓 들어가는 페퍼다인 대학의 리사이틀 홀에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그때 입장료는 10달러. 칼스테이트 풀러튼에서 열렸던 비엔나 소년합창단 초청공연도 20달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서는 순식간에 입장권이 매진되는 ‘완판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밴 클라이번 콩쿨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도 남가주에서는 남부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소카 대학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인 김은선은 오는 25일 오렌지 시의 채프만 대학에서 LA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도니제티의 오페라를 콘서트 버전으로 들려준다. 물론 이런 콘서트의 입장료는 10~20달러 선은 아니다.

정말 멀리 갈 것도 없겠다. 23일 LA 한인타운에서는 LA카운티 뮤지엄, 라크마의 ‘선데이즈 라이브’가 윌셔 가의 세인트제임스 성공회 교회에서, 29일에는 부에나팍 더 소스 몰에서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장성, 소프라노 신선미 등이 출연하는 무료 음악회도 열린다.

찾아보면 작지만 아름다운 콘서트들이 봄꽃처럼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있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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