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라져 가는 것들

2020-02-19 (수) 12:00:00 성주형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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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했던 것, 주변의 많은 것들이 광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도심 한자리를 차지했던 넓은 파킹랏,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의 럭셔리 콘도가 여기저기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도시의 이미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변화된 분위기에 놀라서 여기가 그 도시가 맞나, 할 정도로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좀처럼 변치 않던 미국사회가 최근 한국 못지않게 역동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전통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던 아날로그 사회에서 스피드, 효율성, 변신을 추구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진보해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일상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물건들과 가치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에 밀려 추억이 되고 고물이 되어간다. 오늘날 우리 삶의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도 머지않아 추억이 되고 말 것이다.


때론 두렵지만 이 변화는 거부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몇 년전 북가주의 한 한국어 일간지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폐간되어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다. 마치 북가주 한인사회의 쇠퇴를 상징하는 전주곡 같은 느낌이어서 충격이 참 컸다. 북가주의 한국 식당 또한 예전의 맛과 우리 동포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던 훈훈한 분위기가 상실되어 간다.

양복 정장과 남자에게 유일한 컬러풀 액세서리였던 넥타이들이 서랍장 안에서 사장되어가고 있다. 요즈음은 정장을 입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고객 파일을 담은 바인더가 서재처럼 쌓여있어서 큰 방을 가득 차지했던 것이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되면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객과 지인들이 정성스럽게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카드로 안부인사를 보내와서 벽에 가득 걸어놓고 그들과의 추억과 인연을 감사하며 음미하곤 했는데, 지난 10년 사이에 매년 숫자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아무도 보내지 않는다. 전자 연하장 및 카드로 그런 전통이 대체되는데, 미안하지만 전혀 감동적이지 못하다.

예전에는 매달 정기적으로 한번 씩 사업 고객들을 방문하며 서류도 픽업하고 사업이나 세상 이야기를 나누거나, 세금보고 시즌에 한 번씩 만나서 지난 일년의 삶을 교환하곤 했다. 지금은 이메일로 서류를 공유하고 카톡 등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고객이나 지인들과 대면하는 일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가끔 전망 좋은 새로운 사업체를 물어보는 고객들에게 이제는 되도록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를 이끌 수 있을 만큼 하시다가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의 변화로 인해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창업하는 환경이 무척 제한적이고 열악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세상의 변화에 수동적이 되고 나를 변신시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색하고 자신감이 차츰 상실되어가기만 한다. 나도 한 때 세상을 앞서간다는 평을 들었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해야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평소 책 읽는 것을 무척 즐겨했던 나도 이제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빠져서 시간만 되면 들여다보고 잠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곤 한다. 사람을 바로 앞에 놓고도 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풍습이 일상화되어 간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세상이 편리함은 주겠지만 행복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개인 간의 교류와 진솔한 대화가 끊어지며 우리는 점점 고독해지고 삶의 낭만과 인간미가 차츰 사라져간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지녀왔던 전통과 가치관을 지키고 가족 및 주변인들, 또 사회의 일원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교류하며 삶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성주형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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