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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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한국만이 답은 아니다

2020-02-17 (월)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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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나의 살며 생각하며

17년 전 남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선배 회사의 사장이 미국에서 직접 한국으로 갔고 지금의 남편처럼 인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수순이었다. 그때는 취업비자 받기가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기에 10년의 경력사원 이력으로 한국에서 취업비자(H1 비자)를 받고 가족은 취업 동반 비자 (H4 비자)를 받아 우리 가족이 오게 되었지만, 지금의 취업비자는 하늘의 별 따기로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요즘의 비자는 실력이 아닌 운에 맡겨진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10%를 웃돈다하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30%에 육박한다는데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 찾는 게 어렵고 옛날의 ‘만년 대리'가 이제는 ‘영원한 백수'가 될까 두렵다는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입사가 점차 어려워지자 모두가 철밥통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몰빵 한다니 한발 뒤에서 보면 실패가 두렵고 안정만을 원하는 진취적이지 못한 나약한 청년의 모습이고 미래가 밝지 못한 한국의 모습이다. 다 같이 공무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릴 때이다.

그러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언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아침엔 파리에서 저녁은 뉴욕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그리며 지구가 일일생활권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중 언어는 기본적인 삶의 기본 방식으로 한국말 이외에 영어 그리고 중국어나 스페인어 등의 언어 습득은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예전에 글을 모르면 문맹이라 했지만 요즘엔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도 아니고 컴맹이 곧 문맹이 되었다. 내 나라말만 한다면 그게 바로 문맹이다라는 인식이 되어야 한다. 물론 영어를 못한다고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영어를 하면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하고 나의 역량을 마음껏 뿜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방인의 시선에 언어의 장벽까지 이중고를 겪는 시간이 오래 지속될 가망성이 높다는 게 문제이다.


특히 지방대 출신의 취업은 한국에서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외국에서 볼 때의 한국 대학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회사가 원하는 학생의 과만 맞으면 인턴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됨으로 어떤 과를 졸업했느냐에 따라 회사가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질 뿐 서울과 지방대학이 서류상으론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본다. 서울 출신 대학 학생의 학점이 지방대학 학생의 영어 회화 실력을 이길 수 없고 겉으로만 화려한 스펙이 다양한 사고를 지닌 진정성을 이길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건 영어 실력도 아니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청년이다.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된 청년은 설사 언어가 부족해도 도전할 수 있는 강인함이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남과의 타협에도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발휘하여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진리는 한국에서도 통하는 말이고 한국에서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나가도 잘할 수 있는 이치이다.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더불어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부터 잘 사는 비버리힐즈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강인한 정신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접하기는 하지만 나와보지 않으면 볼 수 없고 절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간만큼만 보이는 게 세상살이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출발 선상이 같다고 모두가 똑같은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출발 선상이 모두가 다르다고 그 길이만큼만 가는 것도 아니다. 서울대를 나왔다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지방 끝자락을 나왔다고 모두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듯 모두 다른 선상에서 출발해 모두 다른 지점에 도달한다. 서울의 이류를 나온 나는 아이들에게 일류의 꿈을 만들어 주었다. 일류의 꿈을 가진 나의 아이들은 또 다른 나라에서 어떤 도전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세상 밖으로의 도전으로 키워낸 꿈을 아이들이 이어받아 그들의 다음 세대는 더 큰 꿈으로 또 다른 세상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되었다는 자긍심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세상 속 세상이 보인다. 우물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세상이다. 어디든 나가야 한다. 북극 오지든 브라질의 시골이든 저 알 수 없는 섬나라의 끝자락이든 우리 청년이 갈 수 있는 어디든 날아가서 부딪히고 살아가야 한다. 좁디좁은 곳에서 학벌과 지방색 그리고 기업의 갑질에 순응하는 삶을 버리고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인턴 비자건 유학 비자건 종교 비자, 여행 비자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의 끈이라도 이용해 해외로 눈을 돌려보라. 그렇게 해서, 일단 세상으로 나와보자. 나와보면 한국이 보이고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뛰어올라 구름 위에 올라앉자. 올라 앉아야 세상을 보고 세상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자! 세상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자!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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