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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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2020-02-17 (월) 이혜란 / 미주 펜문학 워싱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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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담장 낮게 내리고
스스로 타오를 수 없어 방황할 때
작은 손 잡아주고
날개 죽지 퍼덕이며
꺼진 불 피워주던 친구여

옛날 중국 송나라에
가뭄 계속 되던 어느 여름날
길을 가던 장자가
말라붙은 연못을 들여다보니
물고기 두마리
허연배 드러내고 누워 있었는데

그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서로가 거품을 내어
상대방의 몸을 적셔가며
버티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들은 함께 살아 있었으니

위기일때 함께 하는 친구
나무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꺼진 불 피우는 당신은
세월을 함께 하는
인생의 또 다른 동반자
친구여

<이혜란 / 미주 펜문학 워싱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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