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년 이민생활에 70~80세가 된 20명의 고령자들이 일 년 전에 준비한 카리브 해안의 크루즈여행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이들 중에는 36번 크루즈여행을 즐겼던 사람과 배 멀미가 걱정이 되어 한번도 크루즈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17층에 수영장 5개, 상가, 결혼식장도
우리 모두 플로리다 포트 라우데일 선착장에 도착하니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배라고 하는 로얄 캐리비안 회사의 ‘Allure of The Seas’(바다의 매력)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 보수한 배로 크기가 1,189피트에 2,873개의 객실을 갖고 무게가 22만 톤이나 되며 60개국에서 6,100명이 여행에 참가한다고 했다. 여행객들은 24인승 엘리베이터 18개가 17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실어 나른다고 한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승선을 하니 오후 5시. 8일간의 여행기간 동안 사고를 대비해 요란한 알람소리가 울리며 해상 안전에 대한 드릴(시범훈련)을 가졌다.
배안의 시설물을 살펴보니 오락실은 물론이고, 5개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를 비롯해 6개의 운동시설, 식물공원, 극장, 조깅트랙, 식당, 연주실, 상가, 결혼식장, 도서관 등 연령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구비 되어 있었다.
# 즐거운 정찬식과 뷔페
첫날 7시30분에 조깅트랙을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안고 걸을 때 바닷바람의 신선한 향기는 숲속을 걸을 때의 향기와는 달랐다. 많은 여행객이 운동복을 입고 뛰고 걸으며 아침인사들을 나누는 모습은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뜻인 듯 싶었다. 또한 사방이 수평선만 보이는 바다에서 구름사이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는 그 순간은 명상과 함께 자신을 반성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식사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정찬식과 뷔페식으로 나뉘어 푸짐하고 다양한 음식에 식도락가들의 입들은 흠뻑 젖었다. 마치 모두가 먹기 위해 살고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유난히 먹고 싶었던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은 없었다.
오후가 되면 복도에서는 라인 댄스, 라틴 댄스, 볼륨 댄스 등으로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려한 의상을 하고 퍼레이드하며 음악과 춤을 즐겼다. 또한 값싼 10불짜리 물건부터 값비싼 보석과 명품가방을 사는 사람들과 합류하여 눈요기하는 걸로 만족해 하며 앉을 자리도 없는 카지노장을 서성거리고, 값비싼 그림 경매장을 눈여겨보았다.
#매일의 일정표가 방에 놓여
매일 하루 일정표가 방마다 놓여 있어 그날 그날에 제공되는 행사와 취향에 맞는 각 프로그램을 보고 나만의 일정표를 만들어 본다.
오늘의 이벤트는 미리 예약되어 있는 ‘맘마 미야’라는 매혹적인 사랑의 이야기와 ‘부루 프래넷트’라는 나무에서 생명이 태어나 지구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음악연극이다. 출연자들의 풍부한 가창력과 성량, 맑은 음성으로 감동을 주는 음악과 화려한 무대장치, 그리고 조명이 관객과 연기자와 조화를 이루는 모두에게 감명을 주는 음악극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연기자들에게 기립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내고 막이 내리는 것이 아쉽고 섭섭한 듯했다.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아이스 쇼가 펼쳐졌다. 아이스 링크에서 눈부신 의상을 입은 스타 스케이터들이 주사위를 던지며 익살스런 연기를 선보이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연못 같은 조그만 오션 아쿠어 쇼 장에서는 놀라운 곡예와 스릴 넘치는 고공다이빙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첫 정박한 코코케이 섬
코코케이(Cococay) 섬에 정박하여 아침 8시에 섬에 들어서니 원주민들의 춤과 3인조 밴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90도가 넘는 날씨에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몸매를 뽐내며 여름을 즐겼다.
이 섬은 로얄 캐리비안 회사에서 운영하는 섬으로 집 라인(Zip Line)을 비롯해서 15종류나 되는 특별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워터 파트(Water Park)로 며칠간 머물고 싶었다.
두 번째로 정박한 나소(Nassau)는 6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바하마’의 수도로 매년 태풍이 지날 때마다 큰 피해를 입어 공포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자치령의 영향으로 독립이 되었지만 빈부의 차가 심하다. 다리 하나건너 ‘파라다이스 섬’에는 최고급 아틀란티스호텔과 해변가에는 몇 백만 불하는 휴양지와 부자들이 즐비하게 있지만 폐허가 된 가난한 지역이 많았다.
역사적인 항구 샬롯(Charlotte) 성, 퀸스 스탭(Queen’s Step)과 폭포, 그리고 핑크색 정부 청서(Government House)등 모두 규모가 작았으나, 역시 아열대 기후이기에 가는 곳마다 잘 정리된 열대식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코즈멜 섬
멕시코에서 가장 큰 섬인 코즈멜(Cozumel)은 마야문명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라 한다. 해발고도가 3피트이고 제일 높은 곳은 40피트로 평지에 가까운 섬이기 때문에 태풍이 지날 때 마다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거주지는 동쪽에만 있고, 거의 모든 섬이 야자수, 코코넛, 바나나 등 열대림의 숲으로 덮여있고, 가는 곳마다 넓고 넓은 해변과 파도소리, 야자수들이 바람에 춤추듯 흔들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잘 보존 되고 있는 섬으로 관광지로 개발할 여건을 잘 갖춘 섬이었다.
또한 이곳은 멕시코의 대표 술인 데킬라 공장이 많이 있어 술 제조과정을 둘러보고 시음도 해보면서 즐거워했다.
# 코스타 마야(Costa Maya)
멕시코의 마야문명의 유적지 중 하나인 차코첸(Chaccocen)성전에 들렀는데 5개 신전 중 2개가 파손되고 3개는 잘 보전되어 있었다. 30분간 차를 타고 해안가 Mahanual에 있는 등대 해변에 가보았다. 열대 우림지역에 하얀 모래, 산호초, 크리스탈 빛이 나는 청록색 바다로 생태계를 잘 보존하고 있는 해변과 정글지대로 이루어진 이 곳은 우기라 가끔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 정장 파티의 날
2차에 걸친 저녁정장 파티는 고유의 의상을 입고 자신의 아름다음과 화려한 의상을 뽐내며 서로의 만남을 반가워 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랍스터 요리와 더불어 캐리비안 직원들의 축하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모두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하얀 냅킨 수건을 흔들며 즐겁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더욱이 일행 중 77세 생신을 맞이한 분이 계셔서 케이크에 샴페인을 터트리고, 음악 감각이 탁월하신 분들은 3중창으로 ‘Happy Birthday’ 노래를 합창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이번 8일간의 여행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시간으로 멈춰 있었다.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이 앞으로 몇 번이나 크루즈여행을 더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이번 여행의 기쁨을 오래 오래 가슴에 새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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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진<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