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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워싱턴 그리고 서울

2020-02-11 (화) 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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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선은 조용하다. 도발이나 격렬한 수사적 공세도 없다. 평양은 내부 과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과 정부조직을 재정비하고 일꾼들의 물갈이도 하고 있다. 특히 경제발전을 막고 있는 제재의 장벽을 정면돌파 하기위한 자립갱생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워싱턴은 북한 군주체제의 핵정책이나 인권남용 등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낮추고 있다. 미 국방장관은 아직도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부르며, 북한의 위협성을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4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핵협상에 대해서 자랑할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연두교서는 국내 경제상황 호전을 중심으로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는 선거유세처럼 들렸다.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이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을 더 내야 한다는 요구를 말했을 뿐이다. 무너져 가는 세계질서속에서 미국의 고립적 이익을 강조할 뿐, 초대강국인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서울의 문재인 정부는 북한으로 부터 외면당하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남북대화의 회복을 위한 안간힘이다. 북한은 남한이 3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다짐한 대북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남한에 대한 불만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해 왔다. 그들은 힌국이 미국의 간섭과 압력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국이 최근에 제안한 개인별 북한관광은 유엔제재에 직접적으로 어긋나지는 않지만, 북한에 돌아갈 액수의 혜택이 크지 않다. 금강산 단체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재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철도연결의 인프라 투자와도 비교가 안된다. 이들 3가지 사업은 모두 유엔제재의 저촉 대상이다.
핵협상 정체와 남북회담 중단속에 서울은 요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발생으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 시선이 모두 방역에 쏠리고 있다. 평양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당국은 중앙 비상방역 지휘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역할을 추가했다.

북한은 중국접경을 봉쇄했다. 폐쇄된 북한에는 환자발생 신고가 없다. 한편 중국과의 교통차단은 보따리상에 의존하는 북한의 장마당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장마당은 북한주민들에게 중요한 생활수단으로 등장했다. 장마당은 북한의 계획경제가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준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4월에 있을 한국의 총선과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껏 남한의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을 반대해 왔다. 북한은 집권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미국의 대선에선 그래도 트럼프의 승리를 선호할 것이다.

한국의 대선은 2년 이상 남아 있지만, 4월 15일 총선에서 대선 예비전을 볼 수 있게 됐다. 여야의 대선 주자 영순위로 꼽히는 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와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의 정치 1번지 종로구에서 맞붙는다. 둘 중 하나는 떨어지고, 떨어지면 대선가도는 끝장이다.

한편, 워싱턴에선 트럼프가 탄핵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각 당 지지자들 사이에. 그리고 전체 국민 사이에 극심한 분열을 가져왔다. 탄핵소추 내용의 사실관계와 미국 헌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극심했다. 심지어 사실관계가 확증됐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대통령을 파직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결정할 판결이다. 민주당은 예선이 한참이다.
북한은 민주주의를 분열적이고, 시간만 낭비하는 비생산적인 제도로 일축한다. 북한에는 야당이 없다. 그들은 통치자의 절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그 어떤 ‘견제와 균형’의 장치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가 정치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북한의 체제가 경제발전에 불리하며, 인민에게 고통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한미연합군이 다가오는 3월의 연례 합동훈련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합동훈련이 있을 때마다 북한군에 비상이 걸리고 인민군은 부족한 유류연료를 짜내어 대응훈련을 한다. 건설사업장에 동원되고 급식의 일부를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북한군으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미연합군 훈련을 안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금년 훈련을 작년 수준으로 하되 훈련기간이 축소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고강도 반발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북한이 바라는 것은 당분간 조용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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