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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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이 필요하다

2020-02-10 (월) 이덕근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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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리정혁이가 서울에 왔다. 철책을 넘어 무작정 남으로 그가 내려왔다. 행글라이더를 타다 기류에 휘말려 북한으로 넘어간 윤세리는 북한 리정혁 중대에 발견되어 구출은 되었지만 남쪽으로 내려오려던 시도는 여러번 좌절을 겪게 된다. 그 사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같이 넘기면서 리정혁과 윤세리는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국 남쪽으로 내려와 리정혁을 그리워하던 윤세리에게 그가 나타났다.(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장면 2: 강원도 첩첩산중 동막골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군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 조종사가 마을사람에 의해 구출되면서 동막골은 전쟁의 가장자리로 들어왔다. 곧이어 인민군 셋과 국군 패잔병 둘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동막골은 긴장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동막골의 분위기가 오히려 전쟁에 지친 병사들을 압도하면서 동막골은 충돌보다는 서로 화기애애한 작은 통일의 모습을 보여준다.(영화 ‘웰컴투 동막골’)

그동안 꽉 막혀있던 남북 교류를 돌파하기 위해 남측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북미 협상의 진행을 보고 남북 교류를 진행하려던 계획이 북미 협상이 꽉 막히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결단을 내렸다. 북한의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도 전향적 자세로 남북문제에 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DMZ를 관리하는 유엔군이 관광객들의 남북 분계선을 통한 출입을 쉽게 허용할 지가 관건이다.


동막골의 남북의 병사들은 마을을 침범하던 멧돼지를 함께 잡아 마을 사람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평화로운 공존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들은 곧 미군의 정찰기가 추락한 동막골이 인민군의 근거지로 오인되면서 미군의 집중 공격대상이 되었음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순박한 사람들의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함께 전쟁에 나서게 되고 결국 장렬하게 함께 전사한다.

드라마 전개가 어떻게 될지 속단할 수 없지만 북한의 리정혁과 남한의 윤세리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수년 전 스위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원수처럼 싸웠어도 우리는 평화로운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선 함께 뭉친다. 남북의 통일은 고조선 이래로 수천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4.19때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지금은 아무 조건없이 ‘사랑의 불시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덕근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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