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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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블루투스

2020-02-09 (일)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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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온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우한폐렴이라고 하고, 의학명칭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는 이 바이스러는 중국에서 500여명 넘는 많은 사람을 죽게 했고, 중국에만 2만 5천명의 사람을 감염시키고 있으니 공포의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각 나라들의 협조와 노력으로 최대한으로 방역에 힘쓰고 있으니 조만간 바이러스를 잡는 처방책이 곧 나오리라 믿는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이 위험한 것은 직접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사람의 접촉을 멀리하고, 또 감염된 사람이 머물렀던 장소를 폐쇄하거나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바이러스든지 바이러스가 나타났다하면 사람들을 피하고, 장소를 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90년대 초반에 함께 나온 장치가 블루투스(Bluetooth)이다. 이 블루투스는 휴대폰과 다른 기기를 서로 연결하게 하는 장치인데 멀리 있어도 서로 가깝게 만들어 준다. 이 블루투스 없이는 이제 참 불편할 정도가 되었다.
이 블루투스는 인텔 회사의 모바일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짐 카다크가 바이킹에 대한 책을 읽다가 10세기에 덴마크의 두 번째 왕이었던 하랄드 블루투스 왕의 이름을 인용해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블루투스 왕은 기독교를 전파하고, 비폭력적인 협상을 통해서 스칸디나비아를 통합한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블루투스의 로고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언어의 알파벳 B와 H를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세상은 무서운 바이러스와 친근한 블루투스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멀리해야 하고, 블루투스는 가까이 해야 한다. 삶의 모든 것들을 보면 바이러스같은 존재가 있고, 블루투스 같은 존재들이 있다. 삶의 모든 것들, 사람들, 일, 공부, 취미, 건강, 음식, 신앙, 관계 이 모든 것들이 바이러스와 블루투스이다. 가까이 해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집중해야 할 것들이 있고,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파도가 밀려올 때와 파도가 나갈 때, 곧 간조와 만조가 교차하듯이 하루에도 수없이 바이러스가 되고 블루투스가 된다.

바이러스와 블루투스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가까이 왔다, 갔다 하며 하루를 만들고, 일 년을 만들고,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게 된다. 그래서 ‘불가근 불가원(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가깝지 않고, 또 너무 멀지도 않은 삶의 지혜를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이 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안 먹지도 않은 삶,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일에 빠지지 않는 그런 삶은 빛과 어두움, 낮과 밤의 조화를 잘 이루는 사람일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고린도전서10:23)

나를 해치는 바이러스는 피하고 막아야 한다. 나를 이롭게 하는 것들은 연결하고 가까이 해야 한다. 그래서 나를 지키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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