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워싱턴 한국학교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미래 지향적인 한국학교 방안’이라는 주제 아래 3명이 발표했는데, 나는 20년 동안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민선 교육위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눠달라는 부 탁을 받았다. 40여개 이상의 학교 교장, 대표자들과 만나서 나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아래는 이 날 내가 발표한 내용의 요점이다.
워싱턴 지역 한국학교 교육의 주된 목적이 한국어, 한국역사, 한국문화 교육에 있다고 할 때, 한국학교에서 공부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공립학교 교육과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배움의 장소가 한국학교에 국한될 수 없고 학생들이 상당한 시간을 보내며 실제적으로도 그러한 부분에 있어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는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에 공립학교 교과과정과 활동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한국학교 운영에 참고할 부분, 그리고 학교나 교육청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교육위원회나 주의회에 프로그램이나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건의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분야로 커리큘럼, 특별활동, 프로그램 확충, 교사 확보, 예산 확보 등이 있을 수 있다.
우선 공립학교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잘못된 것이나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야 한다. 주교육위원회나 지역 교육청이 정하는 커리큘럼 기준 그리고 교과서나 교재 선정에도 한인들의 시각이 담겨질 수 있도록 하자.
예를 들어 한인 이민사나 1992년에 일어났던 LA 폭동, 그리고 미국에 공헌한 한인들에 관해서도 공립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주교육위원회나 지역 교육청에서 이에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질 때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학교들의 방과 후 특별 활동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 기회가 더욱 마련될 수 있도록 지역 학교들과 협의해야 한다. 여기에는 해당 학교 학부모회(PTA)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런 특별활동 및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자원 봉사자 확보 와 재정적 보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들의 숫자도 계속 증가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인사회의 교육청을 상대로 한 꾸준한 로비가 필요하다. 당위성을 설득시키고 방법을 제시하도록 하자. 우수한 한국어 교사 확보에 있어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자. 예산 확보에 대한 로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한국학교들뿐 아니라 지역 한인회들이 공동으로 함께 노력해도 좋다. 물론 각 한인회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역 한인회의 대표성이나 상징성은 중요한 자산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교육위원들 그리고 교육청의 고위 관리들과 대화를 갖고, 필요한 대로 공청회도 참여하며 우편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다. 물론 선거 참여와 후보자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자. 결국 중요한 결정은 우리의 손으로 선출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학교들만큼 결집력과 위세를 내세울 수 있는 단체도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학교에는 훌륭한 능력과 헌신적인 자세로 무장한 봉사자들이 많이 있다. 이에 한국학교들이 노력한다면 분명 공립학교가 제공하는 교과 과정에 한국에 대한 비중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후손들의 자긍심 고취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덧붙여 한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자녀교육에 있어 역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학교가 한인 학부모들이 좀더 준비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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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