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오와 @캘리포니아

2020-02-07 (금) 12:00:00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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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는 이번에도 4년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 선거의 출발 신호탄이 울렸기 때문이다. 이번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에서는 소도시 시장이 정치경력의 전부인 30대 동성애자 피트 부티지지가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11일 치러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 밭 정도가 떠오르는 중서부의 농업지대인 아이오와는 캘리포니아 한인들로서는 특별히 갈 일이 없는 곳이다. 주의 이름이 오하이오와 헷갈린다는 사람도 있다.

주도인 드모인(Des Moines)도 인구 21만 여명의 한적한 소도시. 드모인 공항의 검색대 앞에서 LA 공항에서 하듯 신발 벗고, 허리띠 풀고 하면 의아한 눈빛의 공항 보안요원이 “노, 노, 노-” 하며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이륙시간 15~2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비행기 탑승에 문제가 없는 곳이다.


이런 드모인에 대형 보험회사들의 본사가 모여 있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인근에 있는 아이오와 주립대(ISU)는 이공계가 유명해 한국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공부 말고는 할 게 없어서 좋다”고 유학생들은 말한다.

이런 아이오와가 캘리포니아와는 특별한 커넥션이 있다. 롱비치는 ‘바닷가의 아이오와’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아이오와에서 온 이주민이 많다.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주들과 철도회사인 서던 퍼시픽이 벌인 조인트 마케팅 덕이 컸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100여년 전인 1907년 이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오렌지, 부를 위해서는 캘리포니아’(Oranges for Health- California for Wealth)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캘리포니아 산 오렌지를 내다팔고, 캘리포니아 행 철도승객도 유치했다. 격세지감이 있지만 한때 캘리포니아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남가주로 이주한 아이오와 사람들은 고향사람들끼리 모여 롱비치에서 1년에 한번 축제를 열었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 ‘아이오와 피크닉’이 바로 아이오안들의 연례 잔치. 지금은 참가자가 줄어 명맥만 이어가고 있지만 한 때 수만명이 모이던 큰 페스티벌이었다.

두 주의 각별했던 관계가 흔적처럼 남아서인지 지난 3일 아이오와 당원대회인 코커스가 캘리포니아에서도 두 군데서 열렸다. 한 곳은 남가주의 팜스프링스, 또 한 곳은 북가주의 스탠포드 대학이었다. 피한지 팜스프링스는 겨울을 피해 온 아이오와 유권자들을 위해 마련됐고, 스탠포드 코커스는 아이오와 출신 유학생들의 열성적인 참여정신에 힘입어 마련됐다. 여기 모인 아이오와의 민주당원들은 지지후보를 밝히고, 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설득해 다시 투표하는 전통적인 당원대회 과정을 밟았다.

스탠포드 코커스를 주도한 한 대학원생은 “4년 전에는 고향에 가서 코커스에 참석했다. 여러 번 비행기를 갈아타야해 가는 데 하루가 걸렸고, 비행기 삯만 400달러가 들었다”고 코커스 개최 이유를 전했다.

자녀들이 대학진학이나 직장 때문에 타지로 떠난 캘리포니아의 한인가정에는 지금 자녀 앞으로 된 예비선거 공보가 날아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던 아이오와 코커스는 타 지역에 있는 자녀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일깨워 준다.

오는 3월3일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의 우편투표는 지난 3일 시작됐으나 우편투표 신청 마감일은 2월25일이니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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