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는 대선과 관련해 지난 2018년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 6월에 실시돼 왔던 프라이머리를 3월로 확 앞당긴 것이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SB562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확정된 법에 의해 올 프라이머리는 오는 3월3월 치러지게 된다.
캘리포니아가 프라이머리를 대폭 앞당긴 이유는 간단하다. 50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압도적인 캘리포니아의 위상에 걸맞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유권자 수와 각 당의 전당대회 대의원 규모(민주당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전당대회 전체 대의원의 약 11%를 차지한다)에서 타주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앞서 있음에도 뒤늦게 프라이머리를 치름으로써 정작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그리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 2016년에도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가 치러질 즈음엔 사실상 트럼프와 클린턴이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 프라이머리를 3개월이나 일찍 치르게 되고, 특히 조기투표가 가능해지면서 캘리포니아의 중요성이 이전 대선들보다 한층 더 커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정치학 교수인 조쉬 퍼트넘의 지적처럼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실질적으로 2월부터 대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달라진 캘리포니아의 상황은 후보들, 특히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민과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3월3일은 미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10여 개 주에서 프라이머리가 실시되는 ‘수퍼 화요일’이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텍사스, 버지니아 등 후보지명에 필수적인 여러 주들이 함께 프라이머리를 치른다.
군소 주들이라면 후보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소매 캠페인’이 가능하겠지만 큰 주들에서는 무리다. 캘리포니아만 해도 민주당원이 850만 명에 달한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자금과 인력을 여러 중요한 주들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민주당원들의 다양성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도 후보들로서는 숙제다. 캘리포니아는 가장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주 가운데 하나다. 백인이 압도적인 주들의 민주당원들과는 정치적 색채가 조금 다르다.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가 자칫 다른 주에서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조기 프라이머리로 캘리포니아의 대선 영향력은 분명 커질 것이다. 하지만 판세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득표수에 비례해 대의원을 분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이 엇비슷하게 나눠가질 경우(5일 현재 버니 샌더스 25%, 조 바이든 19%, 엘리자베스 워런 16%) 후보 결정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후 레이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선두를 차지한 후보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조기 프라이머리가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평가하려면 일단 투표가 끝나봐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같은 날 치러지는 다른 지방선거들의 투표율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조기 프라이머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