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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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릴 때

2020-02-04 (화) 유경찬 /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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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마냥 좋아서
발자국 남기며 기뻐하던 시절

변성기 접어들어 철들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눈 내리는 밤길을 걷고 싶었다
늘 기다리던 어리석은 마음은
풋내기 시절을 후회 없이 버린 후

평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두 어깨에 나란히 쌓으며
내일을 설계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온 누리가 내 것인 양 걷던 날들을
저 높은 삶의 언덕에 얹어놓고


겨우살이 생각을 접어둔 날에
반평생을 거기에 다 묻어가며
검은 머리 헤아리게 되었으니
그동안 내린 눈은 얼마나 쌓였을까

눈이 내리면 그토록 즐겁던 날들을
추억에 매달아 멀리 보내 버렸는데
지금 눈이 담장 위에 쌓여가기에
멀어진 날의 내리는 눈을 생각하며
이마의 잔주름은 더 늘어나겠지

<유경찬 /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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