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이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가 오래 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과 다른 모습들이 보여도 처음에 받은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얀 백지에 처음 그어진 선이 선명하듯, 첫 인상은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다.
2020 대통령선거의 민주당후보를 지명하는 대장정이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대선에서 아이오와 코커스가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후보들의 첫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특정후보가 대선에 나갈만한 재목인지, 누가 대통령감인지에 대해 미 전국 유권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보며 영향을 받는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역대 대통령 선거이다.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당 지명전은 물론 본선에서도 승리한 사례가 많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이런 경향이 강해서 지난 10번의 대통령 선거 중 아이오와 최고 승자가 대선후보가 된 케이스가 7번에 달했다. 그리고 이중 2명(지미 카터, 버락 오바마)은 본선에서도 승리해 백악관 고지 탈환에 성공했다.
무명 중의 무명 후보가 아이오와라는 선을 넘으며 급부상한 대표적 케이스는 지미 카터였다. 1976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 당시 ‘카터’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조지아 시골의 땅콩 농장주로 정치경력이라고는 주상원의원과 주지사 정도였던 그는 워싱턴 중앙 정계의 시선으로 볼 때 치기어린 도전자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뀐 것은 아이오와 표심을 잡으면서였다. 성실, 근면, 정직의 표상인 그는 첫 코커스 지역인 아이오와에 전력투구했다. 주 전체를 돌며 성실하게 유세를 펼치는 모습이 아이오와 주민들 특히 시골 노동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명이던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 이후 인지도가 확 높아지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두가 아는 일이다. 백악관 입성이다.
2008년 오바마의 아이오와 선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젊은 층이 열광적으로 몰려들어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막강한 후보를 누르는 이변이 발생했다. 민주당 코커스 참여자가 평소의 두배에 달할 정도로 당시 오바마 열기는 대단했다. 힐러리가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오와인가? 첫 테이프를 끊기에 아이오와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늘 있어왔다. 주 전체 인구가 300만명 좀 넘는 아이오와 주민은 90% 이상이 백인이다. 대부분 시골지역, 거의 백인이 사는 아이오와는 미국의 평균적 모습과 너무도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북적북적 붐비는 대도시들이 있고 다인종이 사는 주가 대선경선의 첫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 조건에 부합되는 주는 펜실베니아, 미시건, 오하이오, 일리노이 등.
하지만 이런 거대 주에서 코커스를 한다면 군소후보들은 선거자금이 달려서 주 전체를 돌며 유세를 펼칠 수도 없으리라는 지적이 맞선다. 결국 주머니 두둑한 후보들만의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첫 코커스 장소였다면 카터는 아마 명함도 내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오와는 작아서 모든 후보들이 주 전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기에 딱 알맞다는 결론이다. 재력이 있든 없든, 정치경력이 길든 짧든, 신인이든 노장이든 일단 첫 인상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아이오와는 첫 테이프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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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