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지방지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운티 전체에 그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하나도 없거나, 있어도 단 하나만 있는 곳에 사는 미국인이 6,5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이제 공공이 개입해 지방지 회생과 활성화 대책을 도모할 때라고 밝혔다.
지방지가 없어지면서 토착비리를 고발하는 기능과 지역의 중요한 문제 결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전횡은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가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고 해도 예컨대 중가주의 중소도시에서 일어나는 권력형 비리는 누가 고발할 것인가.
LA만해도 경찰력의 최고책임자인 카운티 셰리프국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의원 등 공직사회의 일탈 행위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역문제가 최우선 관심사인 지방지가 없다면 누가 워치독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클라라 헨드릭슨 연구원은 ‘로컬 저널리즘의 위기: 왜 미국은 로컬 뉴스룸을 되살려야 하는가’ 라는 보고서에서 이 때문에 주민들은 주변 일에는 깜깜이가 되는 대신, 고도로 전문화된 전국 매체들이 쏟아내는 전국 뉴스에 함몰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뉴스가 쏟아내는 트럼프 탄핵 같은,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슈에 매몰되면서 실생활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다양한 이슈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이제 공공의 지원으로 강력하고 독립적인 지역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독자에게 구독료 면세와 함께 신문제작 경비에도 면세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거대 온라인 매체에는 세금을 부과해 콘텐츠 생산자인 지역지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계열 기업들은 지역신문의 콘텐츠를 널리 전파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디지털 광고에서는 이들 매체의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공룡기업인 이들 2개 사의 계열사들은 미국 디지털 광고의 58%를 차지하면서 지방지의 기반인 로컬 마켓의 77%를 가져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광고수입에서 디지털 광고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난 2018년의 경우 미국신문의 오프라인 광고매출은 100억 달러가 좀 넘었고, 온라인 광고매출도 40억 달러에 이르렀다.
경비 절감을 위해 취재 등 제작인력을 줄이면서 지역신문 중에서 각 주의 의회나 워싱턴 DC에 지국을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게 됐다. 또한 탐사보도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문자체의 가치 하락과 함께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워싱턴 DC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1916년 설립된 진보성향의 연구기관으로 미국 내 7,000여 민간연구소 가운데 영향력 평가에서 1위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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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