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후인 2월2일은 지구촌 최대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 선데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마이애미 하드락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54회 수퍼보울에서는 NFC 챔피언인 샌프란시스코 49ers와 AFC 챔피언인 캔자스시티 칩스가 맞붙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챔피언십을 놓고 벌이는 경기인 만큼 두 팀의 격돌 자체가 안겨주는 스릴이 짜릿하다. 전문가들은 두 팀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퍼보울은 미국에서만 1억명 이상이 시청하고 세계 170개국 이상에 중계되는 말 그대로 ‘수퍼 이벤트’다. 30초 광고 하나의 광고료가 500만 달러를 훌쩍 넘고 경기 티켓 가격은 수천달러를 호가한다. 54회 수퍼 보울 티켓 가격을 검색해보니 스텁헙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입장권 가격은 4,100달러이고 NFL의 티켓 익스체인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티켓 역시 5,600달러짜리다. 가장 비싼 티켓은 1장에 3만~5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수퍼보울의 인기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수퍼’ 했던 것은 아니다. 1967년 1월15일 LA 메모리얼 콜로시엄에서 열린 그린베이 패커스와 캔자스시티 칩스 간의 1회 수퍼보울 경기 관중은 6만2,000명에 불과했다. 10만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곳곳이 비었다. 평균 티켓 가격은 12달러였으며 30초 TV 광고료는 4만 달러 정도였다. “네 시작은 미약하여도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이 딱 들어맞는 사례가 바로 수퍼보울이다.
54년 동안 성장하고 진화해오면서 수퍼보울은 이제 스포츠를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인들은 이날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경기를 즐긴다. 풋볼을 잘 몰라도 상관없다. 빈부와 계층의 구분이 없다.
그리고 이런 전통이 갖는 의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퍼보을은 서로 갈라지고 대립하는 양극화 시대에 아주 드물게 이념과 세대의 간극을 넘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신구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가족관계 전문가인 윌리엄 도허티는 “아이들은 부모가 공들여 하는 훈계의 내용보다 함께 나눈 시간을 훨씬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녀들과 함께 수퍼보울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면 아이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의 교육적 효과가 잔소리를 훨씬 넘어선다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가족 친구들뿐 아니라 직장동료들과도 신뢰를 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수퍼보울이다. 사회심리학자 론 프리드맨에 따르면 스포츠 이벤트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동료들 간에 상당한 친밀감이 형성된다. 수퍼보울 파티에 아직 초대받지 못했다면 가까운 친구나 직장동료들을 먼저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파티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정치와 세대 간 갈등으로 많은 관계들이 틀어지고 소원해진 시대에 수퍼보울 같은 빅 스포츠 이벤트는 관계와 소통을 회복시켜주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지닌 통합의 힘이다. 불세출의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비보로 수많은 스포츠팬들이 슬픔에 잠겨있지만 그럼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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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