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노을 사진이 부쩍 많이 오른다. 겨울에는 석양이 장관을 이루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지 무렵 남회귀선인 남위 23.5도까지 내려가 고도를 한껏 낮춘 태양이 멀리까지 가시광선을 쏘아 보내면서 저녁하늘은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겨울이 우기인 캘리포니아는 대기 중에 빛을 산란시킬 수 있는 구름이나 작은 입자들이 건기인 여름보다 많아 겨울하늘의 캔버스가 더 화려하다.
겨울 태양이 만드는 대표적인 장관은 다음 달 요세미티 밸리에서 벌어진다. 이른바 ‘불폭포(firefall)’로 올해는 2월12일부터 28일까지 장관이 예고되고 있다.
불폭포가 연출되는 곳은 요세미티 밸리 초입의 터널을 지나면 왼쪽에 펼쳐지는 장대한 화강암 직벽인 엘카피탄의 ‘말꼬리 폭포(horsetail fall)’. 겨울과 이른 봄에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계절성 폭포여서 여름에는 볼 수 없다. 이 폭포가 해마다 2월이면 마치 용암이나 잉거불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불폭포로 변한다. 1973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처음 소개된 뒤 명소가 됐다.
산악인이자 사진동호인인 LA의 유재일 씨는 불폭포 촬영을 위해 여러 번 그곳에 갔다고 한다. 밸리의 높은 지점에 서면 불폭포가 연출되는 순간, 그 넓은 요세미티 밸리에서 “와”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장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기막힌 광경은 짧으면 해질 무렵 전후 5분, 길어야 10분 정도 이어진다.
게다가 주변의 조건이 모두 맞아야 작품이 연출된다. 너무 추워서 폭포 주위가 얼어 있으면 재미가 덜하다. 적당히 눈가루가 날려 줘야 한다. 그래야 빛을 산란시킬 입자가 생기는 것이다.
하늘은 맑아야 한다.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가장 길어 가장 멀리 가는 붉은 빛이 폭포에 도달하기까지 구름 등 방해물이 없어야 한다. 화성의 석양은 파란색이다. 화성은 태양빛을 차단하는 입자가 지구보다 훨씬 큰 산화철 성분이어서 해가 기우는 저녁에는 그나마 파장이 짧은 푸른 빛 일부만 이 차단물을 뚫고 화성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남가주 사진작가협회는 5년 전쯤 불폭포 촬영을 갔으나 별 재미를 못 봤다. 김상동 회장은 “투자에 비해 소득이 없었다. 그 뒤로 단체출사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동호인들이 많아지면서 포인트를 잡기 위한 자리다툼도 심하다.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매니아들도 있다. 삼각대를 세워 놔도 비집고 들어오는 노 매너도 있다고 한다.
불폭포 전문가들은 올해는 2월22일 오후 5시28분에서 40분 사이에 최고의 광경이 연출될 것으로 점친다. 물론 모든 자연조건이 맞아 떨어진다는 전제 아래서다.
‘내 손으로 찍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관광객이 구경 가려면 요세미티 폭포와 엘카피탄 피크닉 지역 사이로 가면 된다. 피크닉 지역이 가장 좋긴 하나 장애인이 아니면 여기까지 차가 들어갈 수 없다. 요세미티 폭포 인근에 차를 세우고 좀 걸어야 한다. 구경꾼들은 오후 2시께부터 몰려들기 시작한다.
유료 관광도 있다. 요세미티 밸리 하루 관광을 더해 250달러. 전문가가 사진 포인트 잡는 곳도 도와주지만 숙박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연의 경이를 맛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고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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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