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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미 대사의 민망한 일탈

2020-01-22 (수)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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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부터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경거망동에 기분을 잡쳤다. 대사라는 직책은 자기 나라를 대표해 주재국에 파견된 외교관이다. 주재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친선관계 증진, 이해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직책이다.
비록 복잡 첨예한 현안이 대두돼 있더라도 한국과 미국은 매우 친밀한 동맹국이다. 물론 우호가 깊을수록 상호존중과 예의, 사려 깊은 품위 유지가 필수임은 재언의 여지가 없다.

최근 들어 우리 제1동맹국인 미국 해리스 대사의 정제 안 된 언행이 순진한 일반 국민들 입에서까지도 불만을 터트리게 만들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1월에도, 한일 간 무역 마찰로 불거진 지소미아 탈퇴 문제에 끼어들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가 우리나라 국회 외교 및 정보분과위원회 소속 위원장들을 관저로 불러 지소미아 탈퇴 반대를 종용했다 한다. 당시 상황으로선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든 모양새였다.
몇 해 전인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주한 중국대사 추궈훙이 당시 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그는 개인 메모지를 읽어가며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도입을 반대하라면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한국이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폭언을 하여 우리 국민들이 분개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외교관은 주재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본국의 훈령을 마음대로 왜곡하거나, 날짜를 늦추는 등 태만은 절대 금물이다. 더군다나 주재국의 야당 정치인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결례인데 하물며 내정에 위협 또는 간섭할 경우 외교적 파문을 낳을 수도 있다.

이번 해리스 미 대사는 최근 한국정부가 유럽까지 잇는 철도 건설의 일환으로 북한 통과 철로를 부설하려 하자 “한국 정부는 유엔 제재와 보조를 맞추라”고 훈수를 놓아 우리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가 대북교류 완화 활성화 방안으로 우리 국민의 개별적 북한 방문 허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미국 정부와 의논하라”고 노골적인 내정 간섭의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또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좌파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천사로 보는) 낙천주의자인 것 같다”고 말하여 그의 반 문재인 정부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해리스 대사는 얼마 전까지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군 출신이다. 원래 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지명되었다가 갑자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냉담한 자세로 일관했던 리퍼트 대사가 물러나자 한국으로 부임했다. 외교관으로서의 소양이나 품격을 갖출만한 수업시간이 없었던지 매우 직선적이고 명령체계에 익숙한 계급주의적 인물 같은 인상이 짙다.


그는 일본에 주둔해 있던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일본에서 보낸 인물이다. CNN, BBC, 뉴욕타임스 등 미디어들은 해리스 대사가 콧수염을 기른 것을 두고 과거 일본의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역시 콧수염을 길렀다며 해리스의 총독 관념을 연상케 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무튼 그가 최근에 보인 일종의 외교적 망발은 웬만한 주권국가라면 본국 정부에 교체를 요구하거나 또는 추방조치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외국의 대사가 주재국 지도자의 인격을 함부로 평가하다니…. 입장을 바꿔서 한국의 대사가 미국 대통령을 공개 모독한다면 어떤 사태가 연출됐을까. 거리낌 없이 외교관으로서의 금도를 함부로 넘나들면서 겸손치 못한 그의 태도는 한미 간에 민감한 사안들이 많은 이 시기에 걱정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한국민의 대다수는 철저한 친미 성향이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공산주의와 싸웠다. 마르크스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은 5,400만 명의 자유 세계인을 학살했다. 한반도에서만 400여만 명의 자유인들이 죽고, 부상당하고, 고문당하고, 빼앗기고 그랬다. 800여 만 명의 북한 동포들은 남한으로 넘어왔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주권을 가진 동등한 동맹국 우방이지 결코 갑을 관계나 종속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해리스 대사에게 일깨워 주고 싶다. 현재 미국의 악덕 상인을 능가하는 무리한 미군 주둔비용 대폭 인상, 한국의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무시한 호르무즈 파병 요구, 일본 편애 등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이 아슬아슬 격앙돼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해괴한 대북정책도 신경 쓰이겠지만 아무튼 미국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571) 326-6609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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