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로 또 한번 미주한인의 날이 지나갔다. 연방의회는 지난 2005년에 1월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제정했다.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은 지 15년이 된 것이다. 사탕수수 이민이 하와이에 첫 발을 내디딘 지는 117년이 됐다.
올해 기념행사가 워싱턴 DC에서는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과 일부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방의회 빌딩에서 열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달됐다고 한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소장인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는 대표적인 코리안아메리칸 작가들인 이민진 교수와 알렉산더 지 교수에게 자랑스런 한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미주한인의 날 주관단체인 미주한인재단도 한때 미주 한인회 총연이나 상공인 총연처럼 둘로 쪼개져 ‘진짜 공방’을 벌인 적이 있었던 때문인지 지금은 한인의 날 행사들이 지역별로 열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의회, LA시의회, OC 수퍼바이저 위원회를 비롯해 올해는 특히 오렌지카운티의 시들이 잇달아 선포식을 가졌다. 문제는 매년 미주한인의 날은 ‘선포’말고는 다른 행사를 거의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같은 결의안 채택은 정치인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 생색을 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생색도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인 선출직 공직자나 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어서 그 가치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와 말의 성찬이 전부인 한인의 날은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 작년에 그랬고, 올해도 그랬으니 내년에도 선포만 하고 말 것인가.
한인의 날이 제정된 초기에는 학술행사도 열리고, 의미에 걸맞은 행사들도 기획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기획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줄을 잇는 선포식과 태극기 게양식, 한인의 날이란 이름아래 끌어 모은 몇몇 행사가 이어지면서 내실은 사라지고 이름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청교도 102명이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공교롭게도 첫 한인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과 숫자가 같다.(한국 국가기록원 자료는 101명).
신대륙의 첫 이민그룹인 청교도들의 정신인 근검절약 경건, 교회 학교 가정 중심은 신대륙을 일류 국가로 만드는 토대가 됐다. 한인 이민자들도 일류 이민그룹이 되자는 다짐이 미주한인의 날에는 있어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이민으로 시작된 한인이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 다양한 분야에서 조망이 이뤄졌으면 한다.
관련단체는 비전을 갖고 이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안에서 보면 한인사회는 여전히 1세 중심이지만 2세들이 주류사회의 중견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인이민사회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에서 가능을 일궈낸 미주 한인이민 특유의 강점을 찾아내 그 정신과 정체성을 미국사회의 중견으로 커가고 있는 2세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내년 미주한인의 날에는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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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