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시장은 지난 2005년 18세의 나이로 미시건 주 소도시 힐스데일 시장으로 당선된 마이클 세션스이다. 힐스데일은 인구 8,200명의 아주 작은 도시이다. 1987년 9월생인 그는 2005년 11월21일 시장에 취임해 4년 간 시정을 이끈 후 물러났다.
청년이라기보다 청소년에 가까운 18세 어린 학생의 시장 당선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그의 취임식에는 지역 언론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 등 외국 TV 방송들까지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세션스는 데이빗 레터맨 쇼에 출연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세션스 당선 3년 후인 2008년에는 오클라호마 머스코기 시의 47대 시장으로 당시 오클라호마 대학 신입생이었던 19세의 존 타일러 해먼스가 당선돼 또 다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해먼스는 3번이나 시장을 지낸 70세의 상대후보를 큰 표 차로 눌렀다. 그는 2년 뒤 재선돼 2012년까지 시장 일을 하고 법대에 진학했다.
비록 시장 자리는 아니지만 한인사회에도 이들에 버금가는 성취를 이룬 대견한 여대생이 있다. 19세 나이에 인디애나 주 소도시 웨스트 라파옛 시의원으로 당선돼 지난달 취임한 퍼듀 대학 섀넌 강 양이 주인공이다.(본보 11일자) 미주한인사회에서 10대 시의원이 탄생한 것은 강 양이 처음이다. 주류사회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강 양의 인터뷰를 보니 포부와 계획이 당차고 구체적이다. 어린 새내기 정치인의 행보에 기대를 갖게 된다.
이렇듯 파릇파릇한 10대 정치인들의 등장은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18~21세를 시의회 출마허용 연령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모두 만 25세 이상이 돼야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피선거권은 25세 이상, 그리고 대통령은 40세 이상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다. 미국도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의원 출마가능 연령은 연방헌법에 명시돼 있다. 대통령은 한국보다 5살 어린 35세 이상, 상원의원은 30세 이상, 하원의원은 25세 이상이다.
한국의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이 40세가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대통령 직무대행을 하던 1962년이었다. “당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던 김영삼, 김대중 등 30대 정치인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해석이 많다.
어쨌든 60년 묵은 이 조항 때문에 한국에서는 최근 취임한 핀란드 총리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같은 30대 국가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 공직출마에 지나친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출마가능 연령을 국회의원은 20세, 대통령은 30세로 낮추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를 하려면, 특히 지도자가 되려면 나이가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고루하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 정치임을 생각한다면 정치에 더 많은 젊은 피가 수혈돼야 한다. 이미 다른 분야의 혁신에서 증명되고 있듯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세대는 젊은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치권 진입을 나이제한으로 규제한다면 그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34세 나이로 핀란드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산나 마린은 20대부터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사회변화를 자신의 경험치로 만들어 갔다. 섀넌 강 양의 궁극적인 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또한 성실한 시정활동을 통해 더 큰 미래를 위한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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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