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알코올, 폭식, 일중독, 미루기, 도박, 분노, 자기학대, 의존성… 등 반복되는 나쁜 습관들. 우리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왜 고통스럽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런 습관들을 끊어내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삶에서 자꾸 반복하는 부정적인 습관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병적 증상’입니다. 때문에 아직도 버려야 할 습관을 반복하고 있다면, 방법만 좇지 말고 자신의 마음부터 먼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프로이트는 인간 행동의 동기를 ‘쾌락 원칙’, ‘현실성 원칙’, ‘반복강박’의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인간 행동은 대개 이 세 가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쾌락 원칙’은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을 쫓는 원칙이며, ‘현실성 원칙’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반복강박’은 어떤 유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과거의 경험과 상황을 반복하려는 맹목적 충동으로, 이는 쾌락 원칙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이라 합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한가지 나쁜 습관이라도 고치겠다” 라고 다짐하지만, 매년 똑같이 ‘방법’에만 치우쳐 자신을 닦달할 뿐 큰 성과가 없습니다.
사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반복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변화하려고 하면 과거의 안전지대로 돌아가라고 자꾸 잡아당기는 물밑 역류가 아주 강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행복하지는 못해도 친숙한 상태에 안주하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결과가 잘못될 줄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아집이 느는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어린 시절에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결핍 때문입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이는 어른이 되면 사랑 받고 관심을 얻기 위해, 혹은 자기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착한 사람, 남을 돕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특히 어린 시절 문제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과거 일상적으로 겪었던 일을, 심리적 안전지대로 생각하게 됩니다(학대를 당했다면 학대가 정상이 된다). 결국 자신의 상처가 안으로 곪을지라도 정신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거나, 스스로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잘못된 길로 회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정치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똑똑하고 촉망 받던 인재도 그 곳에 발을 담그기만 하면, 진영논리에 갇혀 소신도, 번득이던 총명도 소멸되고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고 맙니다. 정치꾼들이, 3김씨 시대에는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배를 채웠다면, 작금의 정치판은 좌우 이념논쟁으로 판을 짜고 흥행몰이 하는 느낌입니다. 국회의원 수 늘리기와 봉급인상에는 전혀 이견이 없고 신속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올바른 정치가의 사명은, 역사에 대한 지식과 책임감, 커다란 추세에 대한 직관력,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방향에 대한 느낌과 대안을 가지고, 통치하는 자와 통치 받는 자를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하여 선택한 것은, 특정이념을 선택 수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이념이 현재의 정치이념 중 가장 신뢰할만한 효율적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제도가 생긴다면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자각이 있을 때, 그리고 자기 진영에서의 과오에 대한 ‘읍참마속’의 결단을 서로 보일 때, 상대에 대한 신뢰감이 움트게 되고, 비로소 여야가, 좌파 우파 온 국민이, 노사가 소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터전이 조성될 것입니다.
개인도 정치도 온 사회계층도 미주동포사회도 ‘부정적인 반복의 심리’를 이겨내는 2020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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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도 / 에스라바이블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