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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2020-01-08 (수) 박석규 /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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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던 아내와 남편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고 있는 선배 동료가 주위에 늘어간다. 멀지 않은 훗날 우리의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하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하여 지켜야 할 소중한 약속이 무엇일까?

남겨진 날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미리 생각하고 할 일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행복으로 채우고 싶을 때 따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동안 잃어버리고 바쁘게 살아오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문득 정신이 든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떤 일을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경우보다 잘해 주지 못한 점 때문에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더 망설이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지, '또 내일로 미루면 끝내 하지 못하게 된다'는 불안에 잠긴다. 이런 때 유익한 책을 만났다.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 랜디 포시(Randy Pausch)의 저서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다.
그는 버지니아 주에서 1960년에 태어나 체사픽 자택에서 2008년 47세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랜디 포지는 브라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네기 멜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 교수가 되어 젊은 나이에 종신교수가 된다.
촉망을 받던 그가 2006년 췌장암 선고를 받았다.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으로 2007년 교수직을 사퇴한다. 그리고 대학으로부터 마지막 강의를 제의받고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는 강의를 했다.

이 마지막 강의가 녹화되어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에서 1000만이 넘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화제가 되어 출판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2008년 6월에 초판을 발행한 후 그해 9월에 22쇄의 발행 기록을 세운 걸 보면 많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생은 유한하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흔적을 남긴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어둡고 캄캄한 절망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 한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을 안다면 어떤 지혜를 세상에 나누어줄 수 있을까. 내가 사라지게 된다면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고민한다.
좌절하고 절망하고 불평하고 원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늦게 결혼하여 자녀들이 어렸다. 그 자녀들이 자랐을 때 자기의 마지막 강의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면서 강의를 했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주세요. 감사할수록 삶은 위대해집니다. 준비하세요. 행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온답니다. 가장 좋은 금은 쓰레기통의 바닥에 있습니다. 그러니 찾으세요. 당신이 뭔가를 망쳤다면 사과하세요. 사과는 끝이 아니라 다시 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완전히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세요. 가장 어려운 일은 듣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전해주는 말을 소중히 여기세요.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두려워하며 살지 마세요. 오늘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즐기세요” 불평하는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 해결에 쏟아도 얼마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지 스스로도 알게 될 것이다.
불평하는 것은 결코 매사에 유익을 주지 않는다. 서로에게 칭찬해라. 모두에게서 장점을 찾아라 말이 아닌 행동을 보아라. 무슨 말을 하는지는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오직 그들이 하는 행동만 집중해 보라.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반응을 보이는 태도는 행복을 바라는 자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 사랑이 영원한 승리다. 뜨거운 사랑이 자유를 회복시킨다.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잔잔하게 외치는 작은 감동이 사람들을 다시 감동시킨다. '생을 즐기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물질적 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교류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유용한 사는 방법들로 빼곡하다. 심각한 교훈이나 고뇌를 덧붙이지 않는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 알고는 있어도 하지 않았던 일들에 관해서 그는 명쾌하게 강의했다. 웃음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젊은 미망인과 너무 어린 세 아이들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그의 마음이 보일 때 책을 옮긴이는 그 웃음이 눈물이 된다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생에 한 번 들을까 말까 한 강의' 라고 한다.

<박석규 /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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