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쥐띠’ 새해를 맞았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서도 20년이 지나간 셈이다. 새해를 맞을 때 마다 모두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각오를 새삼 다지기도 한다. 나도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지난 달 말로 20년의 교육위원과 4년의 카운티 기획위원으로서의 공직 생활을 내려 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거의 4반세기를 파트타임이나마 겸직 공직자로 바쁘게 지내다가 이제 새 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새로운 삶이 가져다 줄 도전에 대한 기다림에 조용히 흥분 되기도 한다.
이번 주 칼럼을 쓰면서 우선 지난 거의 10년 간 나의 칼럼을 매주 한 차례 게재해 준 한국일보에 감사한다.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 국어 과목을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만 마치고 이민 온 나의 한국어 실력이야 누가 보아도 부족한데 믿고 글을 받아 주는 편집국의 아량이 고맙다. 글쓰기가 쉽지 않음을 느꼈을 때, ‘너무 잘 쓰려는 부담감을 갖지 말라,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매번 좋은 글이 나오는 게 아니다’ 또한 ‘재미 있는 글은 인터넷에 찾아 보면 많이 있다, 그러니 재미있는 글 보다는 내가 겪는 색다른 경험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써라’ 등의 격려에 힘을 받아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얻고 배운 것들을 전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게재하기 전에도 글을 조금 써 본 적은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4년 간은 주간지에 격주에 한 편씩, 그리고 같은 기간 중 1년은 라디오 칼럼을 하기도 했다. 지금 그 때의 글들을 다시 읽어 보면 낯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기회를 허락해 주었던 신문사와 방송국에 감사드린다.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때로는 리서치도 해야 했으며 확실치 않은 철자법은 찾아 보아야 했기에 나에게는 자기 발전을 위해서라도 귀한 기회들이었다.
물론 나의 칼럼 게재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역시 독자들의 존재이다. 글 내용이 도움되었다거나 매 주 꼭 챙겨서 읽는다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냥 인사치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게 잘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거리게도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의 글들 중 일부는 미국 내 다른 지역의 신문에도 때로는 약간의 편집을 거쳐 실려, 비단 내가 사는 워싱턴 DC 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들의 한인 동포들에게도 전해질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이 고마웠다. 인터넷으로는 세계 어디에서든지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현직 교육위원이 아니기에 이 칼럼을 계속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계속 하기로 했다. 현직 교육위원은 아니지만 교육 이슈는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나의 생각을 동포들과 나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 자신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을 뿐 아니라 두 아들들을 키우고 그들이 대학원까지 졸업하는 과정 중에서 보고 겪어 왔던 것들이 동포들과 나눌 가치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난 10년 동안에 비해 좀 더 사적인 내용들이 소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들은 내 자랑을 위함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의도라는 것에 대해 미리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또한 다섯 번 선거에 당선되었고 선출직 공직자로서 오랫 동안 주류 사회 활동을 해 왔던 경험을 통해 형성한 나의 시각으로 한인동포 사회나 고국의 현안에 제시할 수 있는 건의 사항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항들은 건의 이상은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잘났다고 생각해 제시한다기 보다는 우리 동포 사회나 고국이 좀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에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아무쪼록 부족한 글에 인내를 보여주는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새해에도 모두 부디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 하시기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한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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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