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쭈글이와 숏다리가 오네. 하하하, 웃을 일 없는 세상에 너네들만 보면 웃는다. 어찌 그리 웃기게 생겼냐”
아침 산책길에 마주치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 불독들을 보고 하는 이야기다. 원래 이름은 샘과 톰인데, 생긴 것만 보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샘은 얼굴이 심하게 쭈글거리고, 톰은 안짱다리로 뒤뚱뒤뚱 걸으니 정말 잘 붙인 별명이다.
못 생기고, 미련하고, 사료 값이 엄청 드는 불독을 왜 키우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개를 좋아하고 키우는 한인들이 많지만 불독 키우는 사람은 나도 주변에서 본 적이 없으니 하긴 궁금할 것이다. 바로 그래서 이놈들을 데려왔다.
나는 평생 진돗개를 키웠고, 젊은 시절 셰퍼드와 도사견도 키워봤으며 지금도 집에 진돗개가 두 마리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불독은 도대체 어떤 개인지 호기심이 나서 키우게 된 것이다.
샘과 톰은 세계축견연맹 주최의 독쇼(dogshow)에서 챔피언을 딴 어미에게서 태어난 형제로 작년 3월 영국에서 직접 들여왔다. 사람들이 불독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은 ‘미련하다’는 것이다. 불독은 행동이 둔하고 굼뜨기는 해도 절대 미련하지 않다. 미련은커녕 진돗개보다 더 똑똑해서 우리 집에 온 지 사흘만에 내가 하는 말귀를 다 알아들었다. 3~4세 아이 정도의 지능은 가진 것 같다는게 나의 추론이다.
불독과 금방 사랑에 빠진 이유는 이놈들이 애교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 못생긴 얼굴과 육중한 몸집으로 귀여워해달라고, 쓸어달라고 와서 비비대고, 기분 좋으면 툭 치거나 벌러덩 누워서 네발을 들고 어린아이들처럼 재롱을 부린다.
그렇게 정을 붙이다보니 다들 못생겼다는 불독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얼굴에 늘어진 주름살, 이마에서 코와 주둥이까지 수직으로 눌린 얼굴, 머리는 크고, 목은 굵고, 양쪽 엉덩이에 가마가 있고, 꼬리는 두껍고 짧다. 주름진 얼굴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지만 싸울 때는 한 놈 죽겠다 싶을 정도로 무섭고 맹렬하게 들러붙는다.
그리고 먹기는 정말 많이 먹는다. 매번 먹이 줄 때마다 침을 흘리며 사생결단하듯이 달려들고, 혹시라도 밥을 안 줄까봐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배꼽을 잡곤 한다. 그리곤 며칠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데 그렇게 많이 먹는 만큼 당연히 배설물도 많다.
불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질투가 오뉴월에 서릿발 내리듯 대단하다는 것이다. 목욕이나 빗질, 발톱 손질을 할 때는 반드시 둘을 분리시켜야 한다. 한 놈이 보는 앞에서 다른 놈을 해주면 난리가 나고 큰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잔잔한 재미는 진돗개 키우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진돗개와 셰퍼드는 듬직하고 충직하지만 이렇게 주인 곁을 맴돌면서 정을 주지는 않는다.
어릴 때 개에 물린 경험이 있는 나의 아내는 미국 와서 35년 넘게 내가 진돗개를 키우는 동안에 한 번도 개를 좋아한 적이 없다. 그런 아내가 샘과 톰이 처음 온 날부터 관심을 보이더니 곧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만큼 사람 마음을 녹이는 재주가 있는 것이 불독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긴 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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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