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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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여러분

2020-01-02 (목) 홍병찬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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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이 소리없이 지나가면서 검정색 머리카락이 어느 덧 하나 둘씩 하얀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이 늙어 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이 절로 나기 시작했다. 오래 전 한 친구가 “병찬아! 너는 생전 늙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다”라고 한 말이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서 흘려 나왔다.

늦었지만 이제는 무언가 내 자신을 되돌아 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살아오면서 물신양면으로 도움을 받고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온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슬며시 그리고 자연스레 들게 되었다.
사계절의 풍경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펼쳐진 퇴색 된 옛 팔쪽(8개)짜리 병풍을 뒷 배경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돌 상을 받고 있는 나의 돌 사진을 처다보니 새삼스럽게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한 어머니, 아버님께 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비록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무엇보다 고마운 마음을 더 깊게 해 준 것은 순탄하게 초등학교부터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결혼까지 시켜 주셨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함께 살아 온 집사람과 자식들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비릇해서 친구들, 이웃사촌, 넓게는 사회생활에서 인연을 맺어왔던 한국과 미국의 소중한 지인들, 이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내가 많이 아파서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간호를 해 주었던 아내와 아들 딸, 우리 가족의 힘이 하나가 되어서, 그 지극정성으로 지금의 건강한 나를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더 없이 고마울 뿐이다.
또 다른 고마운 것은 사람이 살아오면서 예상치 않게 질풍노도와 같은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때가 있는데, 나 역시 유사한 일들도 경험을 했었다. 그 때 나를 정신적으로 도와준 분들은 다름 아닌 친구와 지인들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가 않아서, 대중교통이 아주 잘 되어있는 한국 보다 그것이 잘 안되어 있는 이곳은 내가 어디를 가고 싶어도 항상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항상 집사람이나 남의 손을 빌려야만 된다.

그래서 나는 대중교통이 잘 된 한국으로 가서 자유롭게 그것을 이용해서 어디든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하워드카운티 시니어센터 지인 중에 이문웅 이사와 다른 분 그리고 학교 후배인 정태홍, 이들은 나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곳까지 부담없이 차를 태워준다. 무엇보다 가족과 다름없이 편안하고 기쁜 마음에 자주 잠겨 본다.
나는 지금 자연인답게, 주름진 얼굴의 무게 만큼 범사에 감사하고 고맙게 여러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의 창이 스르르 열리고 있다.

<홍병찬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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